▲<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 (지은이 허운 / 옮긴이 각산 정원규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3월 31일 / 값 17,000원)
불광출판사
<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지은이 허운, 옮긴이 각산 정원규,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120살에 돌아가신 허운 대사가 생전에 하셨던 수행법문 모음집입니다. 당신께서 수행생활을 통해 터득한 지혜, 구도의 결실로 영근 깨달음을 전하는 가르침의 말입니다.
대사께서는 부처님이 남기신 말씀을 이야기하셨고, 사람이 사는 도리를 가르침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를 수 있는 방법,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방편을 일러주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어떤 말 어떤 단어의 뜻을 알고 있을 때라야만 듣고 있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읽고 있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교도, 부처님 가르침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사께서는 화두, 참선, 계, 염불, 발심... 불교나 부처님 가르침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이런 단어들에 담긴 의미를 아주 세세히 일러줍니다.
물결처럼 잔잔해 평소에는 잘 음미해 보지 않았을 속살 같은 뜻까지. 사는 이야기를 하듯 말씀하시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말씀하시니 편안하게 읽으며 쉽게 새길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무엇을 화두話頭라고 하는가? 화話는 말하는 것이며, 두頭는 말하기 전을 가리킨다. 마치 '아미타불'을 염하는 것은 말이지만, 염하기 전을 화두라고 하는 것이다. 이른바 화두라는 것은 곧 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을 가리킨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이미 화미(話尾:말꼬리, 말의 끝)가 된다.' - 165쪽-'앉고 눕는 것이 이미 도道이므로 논밭을 개간하는 것도 당연히 도이다. 세간법 밖에 불법이 없으니, 불법과 세간법은 둘이 아니며 차별이 없는 것이다. 불법은 체體요, 세간법은 용用이다. 장자莊子도 말하기를 "도는 똥오줌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똥 누고 오줌 누는 것이 모두 도이다.' - 250쪽-101년의 수행생활은, 어찌 보면 너무너무 숭고한 삶이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산전수전 다 치러야 하는 우여곡절, 별별일 다 경험하며 극복해야만 했던 파란만장한 삶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대사께서 하신 법문은 수행 생활 속 우여곡절, 우여곡절 속 수행생활을 통한 경험담입니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지혜의 말씀이고 실천으로 터득한 진리의 가르침입니다.
예수, 3년간 불교 배웠다대사께서는 예수가 3년간 인도에서 불교를 배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흔히 '승속불이'라는 말을 합니다. 승속불이를 출가수행자의 삶과 재가자의 삶이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크게 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독교도 정토종의 <아미타경>을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서 예수의 몸에 걸친 옷을 보면 부처의 옷과 비슷하다. <아미타경>은 서방에 극락세계가 있다고 설하며, 예수도 천국극락을 말한다. 정토왕생은 9품으로 나뉘며, 예수교의 <이림천신보李林天神譜>에서도 천신天神을 9품으로 나누어 설한다.(중략)예수는 석가모니 부처님보다 1,000여 년 후 탄생하여 당시 일찍 불교의 교화를 받았으며, <아미타경>을 수지한 후 이 경에 의거하여 별도로 새로운 교를 창설한 것은 거의 의심이 없다. 예수는 일찍 3년간 종적을 감추어 인도에 가서 불교를 배웠다. 현존하는 역사에는 비록 기록이 없지만 그의 종적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으며, 결코 터무니없이 날조한 것이 아니다.' - 97쪽대사께서 굳이 예수의 종적을 밝히며 예수가 불교를 공부했다는 걸 말씀하시는 건 어쩌면 불기불이(佛基不二, 불교와 기독교가 둘이 아님)를 말씀하시고 계시는 건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타종교에 대한 폄훼라며 발끈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사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건, 불교와 기독교가 아웅다웅 다투듯 각각의 가르침을 불경과 성경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한 차원 높고 조금 더 깊게 살피면 예수의 가르침을 아우르고 있는 게 불교이라는 걸 강조하신 뜻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아우르고 있는 게 불교라는 말에 더더욱 발끈할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석가모니부처님 늦게 출생하셨으니 세월의 속성상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이 어느 한글학자에게 한글을 배웠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되듯 말입니다. 속 좁게 불교 기독교 따지지 말고 믿음에 충실하라는 역설쯤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120년을 수행자로 살다 돌아가신 허운 대사께서 하신 진국의 말씀은 주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어느 물건의 주인이 되는 것도 좋고, 어느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주인, 생사의 근본에서 조차 자신의 주인이 되라는 말씀이야 말로 120년 동안 닦은 수행의 결실, 말씀으로 남긴 무형의 사리일 거라 기대됩니다.
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 - 허운 대사의 수행 법문
허운 대사 지음, 정원규 옮김,
불광출판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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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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