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속 닭살 대사, 이 책에도 있네

[느낌있는 신간]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부상당한 - 천사에게> 외

등록 2016.04.18 09:27수정 2016.04.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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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 저자 조성기, 민음사

a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의 책표지 기울어지는 어떤 한 순간, 창문이 많았던 배 한 척이 떠오른다. 책의 제목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여덟 번째 단편 소설의 제목이다.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의 책표지 기울어지는 어떤 한 순간, 창문이 많았던 배 한 척이 떠오른다. 책의 제목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여덟 번째 단편 소설의 제목이다. ⓒ 민음사


45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원로의 작가에게도 삶은 여전히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인가 보다.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자성소설'이라 해도 무방하다. 작가 자신을 소설적 인물로 재구성해 구체적인 사실성을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지난한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누군가의 소행이 분명한 현관문 앞 정체불명의 배설물을 감당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일 때, 유명한 선배 작가가 여자 후배의 작은 발을 끌어안을 때, 좌파 성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인해 평생 미전향 장기수로 살아온 기분이 들 때, 그 순간이 모두 아슬아슬하다.

엇나가고, 굴절되고, 뒤틀려도  그것이 인간의 또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 소설의 몰입도에는 편차가 있겠지만, 이야기와 문학 사이의 간극을 고뇌하는 작가의 시선은 무뎌지지 않은 듯하다.

- 책 속 이 문장
'소설이란 타락한 자가 타락한 세상을 타락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상당한 - 천사에게>
- 저자 김선우, 한겨레출판

a 산문집 <부상당한- 천사에게>의 책표지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의 산문집으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언론매체에 투고한 글을 엮었다.

산문집 <부상당한- 천사에게>의 책표지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의 산문집으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언론매체에 투고한 글을 엮었다. ⓒ 한겨레출판


'헬조선'의 신조어가 떠들썩한 요즘, '천사'라는 단어는 왠지 어색하고 낯간지럽다. 한 페이지 가량의 짧은 산문으로 작가는 우리의 잿빛 가슴을 물들인다. '이대로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보편적 휴머니즘을 껴안으며, 예술과 정치는 무관하지 않음을 외친다. 작가가 던진 '세상에서 가장 큰 질문지'는 바로 '그대라는 타자'다.


1분당 225원을 받는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직원의 박한 월급,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씨가 그곳에서 키우는 치커리 한 포기까지, 세상 구석구석 '그대라는 타자'가 보여주는 삶의 현장으로 작가는 숨가쁘게 달려간다. 우리의 타버린 가슴 어딘가에 있을 천사의 날개를 찾아 저 깊숙한 심연을 바라보게 한다. '활발발(活潑潑)'한 작가의 목소리가 나른한 봄날의 한때를 뒤흔든다.

- 책 속 이 문장
'나는 당신이었고/ 당신이고/ 당신일 테니/ 당신,/ 더는 아프지 말아라./ 부상당한 천사여./ 나의 자연이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
- 저자 카렌 메랑, 달콤한 책

a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의 책표지 지하철에서 유쾌한 상상놀이를 즐기는 주인공 마야에게 지하철은 푸른 들판처럼 보이는지도 모를 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의 책표지 지하철에서 유쾌한 상상놀이를 즐기는 주인공 마야에게 지하철은 푸른 들판처럼 보이는지도 모를 일. ⓒ 달콤한 책


상큼한 오렌지 같은 로맨틱 소설. 먼저 '특별한 출판 과정'이 눈에 띈다. 직장맘이자 세 아이의 엄마였던 카렌 메랑은 첫 출산 휴가부터 소설 쓰기를 시작해 세 번째 출산휴가 때 원고를 완성했다. 자비 출판의 전자책으로 출간된 이 소설은 입소문을 타고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5위까지 올랐다. 그 후로 대형출판사의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돼 한국까지 입성하게 된 장편소설이다.

헤어제품 마케팅 팀장인 마야는 지하철 역사에서 양복을 입은 노숙인 로제를 알게 된다. 마야가 휴대전화를 소매치기 당한 위기의 순간 슈퍼맨처럼 달려와 준 사람이 바로 로제였다. 상상력이 풍부한 마야는 로제를 위한 '독립 프로젝트'를 구상해내는데... 그 결과는 직접 확인해 보길.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실려 온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책 속 이 문장
'인생이란 지하철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그 끝에는 항상 환히 빛나는 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조성기 지음,
민음사, 2016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부상당한 - 천사에게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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