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배씨의 후배가 군산 은파에서 비보이 공연을 하는 모습
배지영
스물한 살, 강릉에서 비보이로 활동하던 종배씨는 서울로 갔다. 한 레코드사의 전속댄서로 발탁이 됐으니까. 여섯 명이 함께 지내는 숙소는 어느 빌라의 지하. 소속사에서는 일주일에 쌀 10kg과 달걀 한 판만 지원해줬다. "나머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고 했다. 종배씨와 동료들은 끓는 물에 조미료와 달걀을 풀어서 국을 끓여 먹었다.
다들 "춤을 출 수 있는 게 어디야?"라고 했다. 그러나 숙소에는 종배씨 혼자 남았다. 가수 박진영씨의 친구인 오해성씨가 종배씨에게 춤 출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래서 백댄서가 된 종배씨. 그룹 god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와 량현량하의 <춤이 뭐길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연습하면서 컵라면, 우유, 초코바를 먹는 게 포식이었다.
"연습실 나와서 삼촌이랑 이모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도 춤을 포기 안 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강릉으로 갔어요. 비보이만 하려고요. 지금은 버스킹 문화(길거리 공연)가 자연스럽지만 그때는 장판 한 장 들고 나와서 공연하면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항의도 많이 했어요. 경인방송의 '댄스불패' 프로그램 PD가 요청해서 텔레비전 출연도 했어요."우리나라 최초로 국회의사당에서 비보이 춤을...
2002년, 군에서 전역한 종배씨는 어머니가 이사해서 살고 있는 군산으로 왔다. 모든 것이 낯선 도시였지만 춤추는 젊은이들을 금방 알게 됐다. 종배씨는 그이들과 팀을 만들었다. YMCA 정건희 선생님이 연습공간을 내어줬다. 국회에서 청년문화의 장을 여는 행사를 할 때, 국회의사당에서 비보이 춤을 춘 사람은 종배씨. 우리나라 최초였다.
오로지 춤만 알던 삶. 그는 군산 제일중학교에서 춤을 가르치는 방과후 강사로도 일했다. 정식으로 출연료를 받는 공연도 많아졌다. 종배씨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연습실 겸 스튜디오를 차렸다. 독립된 공간에서 팀원들과 연습하고, 땀 흘려 만든 춤을 무대 위에 올리는 일. 살 것 같았다. 그러나 벅찬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연습하려면 팀원들 밥을 먹여야 하잖아요. 수입보다 지출이 커졌어요. 안 되겠더라고요. 친동생처럼 지내는 신우한테 '네가 애들 좀 가르치고 있어라' 하고는 저는 서울과 청주를 오가면서 활동했어요. 근데 신우도 나중에 다른 팀의 제안을 받아서 가게 됐어요. 제가 다시 왔죠. 팀원이 많이 빠져서 공연은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끝나고 돈을 정산해야 하는데 누군가 공연비 나오는 통장이랑 옷을 들고 가 버렸어요. 춤을 딱 놓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