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 정말로 시험 보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시험, 내 노력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걸까

등록 2016.04.20 14:13수정 2016.04.20 15:37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험 싫어!
시험 싫어!pixabay

나는 시험을 보고 싶지 않다.


또 시험이다. 시험 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무슨 시험이 1년에 네 번씩이나 찾아온다. 명절보다 더하다. 그것도 대학교에 온 이후이니 이 망정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봤던 시험의 수를 다 합하면 아마 총명 있는 자가 요한묵시록 13장 18절에 의해 세어봤을 짐승의 수와 대략 비슷할 것이다.
.
비단 중간고사, 기말고사뿐 아니다. 토익, 입사, 학원 등을 위한 시험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상, 시험의 시험에 대한 시험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사실은 시험주의 국가였던 건가.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이까." 아마 예수님도 살면서 이렇게 많은 시험에 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시험에 들거나... 아니 시험을 보고 싶지 않다. 물론 단지 시험을 보기 싫다고 불평하는 건 아니다. 시험을 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합리적이며 합당하고 반박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시험을 보기 싫어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시험이 많다

우선 시험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말 많다. 진짜 많다.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은 곧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봐야 할 시험이 좀 많은가. 각 학년 학기별로 있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차치하고라도,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을 하기 위해 취업을 위한 스터디에 들어가기 위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봐야 하는 수많은 시험.

마치 시험중독에 걸린 것처럼 살았고, 시험중독은 곧 공부중독을 낳았다. 공부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 취업 후에서 퇴사 전까지 계속되는 시험과 평가는 우리를 계속해서 공부하게 만들었다. 공부하지 않는 것은 곧 사회로부터의 탈락을 의미했다. 계급을 유지하든, 확장하든 그건 어쨌든 시험을 잘 봐야 가능한 일이었다.


시험은 끝나지 않는다. 공부도 끝나지 않는다.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 하더라도 만족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대학과 기업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만 살아왔지만 어떤 시기만 지나면 평가 당하지 않는가? 아닐 것이다. 평가는, 시험은 다른 모습으로 얼굴만 바꿔 찾아온다.

시험은 공정하지 않다


심지어 그 시험이라는 것 자체도 공정하지 않다. 공정할 수 없다. 시험공부에 집중할 환경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을까. 부모의 사교육비 지급능력에 따라 자녀의 학업성적이 달라진다는 건, 놀라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사교육이 없는 대학교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공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이는 제한되어 있다(그리고 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누적된 것이다). 또한 모두가 시험과 공부에 쏟을 수 있는 노력의 총량이 같지는 않다. 모두가 그날 배운 수업 내용을 되돌아볼 만한 시간이 있지는 않다. 모두가 시험 전날 시험공부를 하며 밤을 새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평가가 상대적으로 이루어지고,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세워지는 요즘의 시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나쁜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곳. 그런 상대 평가제 하의 시험은 그저 손쉬운 학생평가수단일 뿐이다. 그 평가 안에는 개개인의 삶에 대한 맥락과 이해는 빠져 있다.

시험 공부나 해야지

이런 시험들이 과연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부모의 직업이 자식의 성적을 결정하고, 어제의 성적이 나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고 제한하는 이 시스템 안에서 시험을 본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시험은 노력에 점수를 매겨주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 중요할 뿐이다.

물론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노력하면 시험을 더 잘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이 시험이 과연 내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려줄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내가 내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그것은 나보다 나은 환경에서 조금 덜한 노력만 못한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 않나.

음... 아니다! 사실 그냥 시험 보기 싫은 게 맞다. 다 헛소리였다. 그래서 내일이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일을 하다가 잠깐 틈을 내 이런 글을 쓰고 앉아 있는 것이다. 이제 공부하러 가야겠다. 밤을 새워야겠다. 노오오오력을 해야겠다. 이러면 아마 B 정도는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그래도 하나 밖에 안 남았습니다.
#시험폐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 주민들 경악 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 주민들 경악
  2. 2 재취업 유리하다는 자격증, 제가 도전해 따봤습니다 재취업 유리하다는 자격증, 제가 도전해 따봤습니다
  3. 3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4. 4 '기밀수사'에 썼다더니... 한심한 검찰 '기밀수사'에 썼다더니... 한심한 검찰
  5. 5 보수 언론인도 우려한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 보수 언론인도 우려한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