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박진도 이사장이 '행복사회로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정명진
시장, 국가, 사회적경제의 세바퀴먼저 '사회적경제'부터 정리합니다. '시장', '국가'라는 주체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경제활동에 제3섹터로 '사회적경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시장과 국가에게만 경제를 맡겼더니 실업률과 자살률이 올라가고, 불평등은 심화됩니다. 한마디로 소득 수준은 올라갔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국가가 시장경제를 제어하지 못하고, 이러한 문제를 정책으로만 대응하기 역부족입니다. 결국 사회적경제라는 또 다른 민간 영역이 필요한 셈이죠.
하지만 박 이사장님은 "사회적경제는 시장실패, 국가실패의 대안으로 인식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시장실패의 한 단상인 실업률을 해결하는 차원에서만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결국 일자리 사업으로 보게 된다는 겁니다.
"시장과 국가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데, 사회적경제 혼자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결국 시장, 국가, 사회적경제가 각각 제 역할을 하면서 잘 굴러 가야 행복해지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행복한 성장 꿈꾸는 부탄의 GNH 정책다음은 '행복'입니다. 박 이사장님이 최근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감히 제가 정리할 수준이 못됩니다. 제목만 추려보면 '소득이 늘어난다면 더 행복해질까?'라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렇다면 과연 행복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나?'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행복이 보다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행복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지만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의 정책만 살펴보겠습니다.(강의에서는 OECD 국가후생지수, 영국 신경제재단의 Happy Planet Index,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 등 여러 가지 내용이 다뤄졌습니다.)
부탄은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보다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을 정책적으로 우선시 하는 나라입니다. 박 이사장님에 따르면, 2011년 7월 19일 유엔이 행복과 관련된 제109차 총회 결의를 했는데 부탄이 주도한 결의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이러한 문장이 있습니다.
"행복은 근본적인 인간의 목표이며 전 세계적인 열망이다. 그러나 GDP 그 자체만으로는 그러한 목표를 반영하지 않는다." 흔히 부탄을 후진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왕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입헌군주국으로 전환한 지도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한 부탄의 4대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국왕은 1972년 이런 선언을 했다고 합니다. "GDP보다 GNH가 더 중요하다." 1729년 작성된 부탄 법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정부가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