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없이 생각만 하는 건 무의미해"

[인터뷰] 전북 유일의 마임이스트 최경식 교수

등록 2016.05.04 11:28수정 2016.05.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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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흔히들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르지만, 사실 5월은 '행사의 달'이기도 하다. 지역사회는 물론 박물관, 공연장 등에서 온갖 새로운 행사들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기에 공연 예술가들은 특히나 바쁘다. 이들은 마치 동면에서 깨어난 듯, 행사가 뜸한 겨울 동안 연구하고 갈고 닦아온 솜씨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절을 불문하고, 전국을 넘어 세계를 넘나드는 공연가가 전북에 있다.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최경식 겸임교수는 20년 넘도록 '전북 지역 유일의 마임이스트'로서 지역을 지키는 중이다. 이번 5월, 그는 청소년 흡연 예방 교육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인다. 매번 자신의 손과 몸동작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려는 그의 진실된 속내를 듣고 왔다.       


 최경식 교수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경식 교수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주현웅

- '호남권 유일의 마임이스트'란 별칭이 항상 따라 다닌다.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부담스럽다. 한 게 많지가 않은데 '유일의'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는 쉽지가 않다. 사실 누군가에게 전수해 주고 싶고, 그래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은데 제작 과정이 워낙 힘들고 꾸준히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가 이 지역의 마지막이 되면 어쩌나 싶어 걱정된다. 이런 이유로 부담을 많이 느낀다."

- 서울이 아닌 지방이 거점이라 힘든 점은 혹시 없는가?
"없다. 지내는 곳이 전주일 뿐이지 국내 어디든 다닌다. 물론 지방에서 주로 지내다 보면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지방에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서울에 있다보면 치열한 경쟁에 따른 불편함이 있는 반면 지방은 자유롭기도 하고 단체의 지원을 받는 것도 비교적 수월하다."

- 해외 공연도 많이 다니더라.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몽골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그곳은 거의 초원이다. 10월에 갔는데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였다. 시설도 열악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로 치면 선술집 비슷한 곳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공연 도중에 그곳 현지인이 음향장비 일부를 훔쳐간 적이 있다.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도 마임공연이었기에 음악 없이도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그곳 라디오 방송을 통해 범인을 찾았는데, 정말 범인이 찾아왔다.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왔다는데 "사용법을 가르쳐달라"고 말했다더라.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도 모른다"고 대답했더니 다시 가져 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야말로 생계형 범죄였다. 굉장히 딱하다는 생각에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 '딸 단원에게 보내는 아빠의 글'이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추모 공연도 했더라. 하게된 계기와 그 내용이 궁금하다.
"오랜 시간 우리 지역사회에 속해 공연을 해오며 많은 생각들을 갖게 됐다. 그래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다보니 "생각만 갖고 참여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 방식대로 우리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이때 가지게 된 생각은 '내 입과 몸동작을 통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때'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예술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이유로 처음에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졌었다. 환경단체에 들어가서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가던 중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너무 큰 사고에 '멘붕'이 왔다. 그냥 지나치기 힘든 일었기에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 학생들이 '내 딸'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내 딸'이라고 생각을 하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중간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가까스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은 우리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 갈수록 새로운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따르는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의 발생 요인 중 하나는 물질을 만능시 하는 가치체계의 문제였다. 이 때문에 인간성을 상실한 것이다. 이 같은 부분들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그래서 내용 중에 보면 세월호를 '뉴 리베럴(new liberal)호'로 나타냈다. "타지 말아야 할 배"를 의미한 것이었다. 또한 물질만능주의 사고관에 젖은 채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 물질이 사람을 사물화 시키는 이러한 것들을 청소년들이 물려 받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 벌써 좀 지난 얘기지만, 총선이 있었다. 전주에 출마한 많은 정치인들이 '예술문화활동'과 관련한 공약들을 내세웠다. 당선자도 있다. 당부하고 싶은 말 혹시 있나?
"우선 예술문화 활동에 관심을 가져준 건 고마운 일이다. 아예 고민조차 않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더 진지하고 깊이있는 고민들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예술적 본질을 망가트려선 안 된다. 특정 공간을 예술촌으로 가꾸고 활성화 시키겠다는 어느 당선자의 공약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지역개발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예술인들에겐 자칫 더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한옥마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옥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된 데에는 성공했지만 우리 전통의 멋보다는 상당히 상품화된 멋이 앞서 있지 않나. 예술촌도 그러할 수 있다. 주변에 상점과 먹거리가 가득 들어서고, 그래서 시세가 급격히 오른다면 예술인들은 그곳에 창작공간을 마련하기도, 입주하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한옥마을의 경우 주변 집값이 엄청나게 뛴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그 공간에 진입하지 못한(혹은 않는), 지역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예술인 개인에 대한 지원책들을 함께 고민을 해야한다. 특히 청년예술인들은 현재 아주 힘들다. 이들에게 창작공간을 마련해준다는 공약도 봤는데, 이는 발상 자체는 아주 좋다. 하지만 다른 문제들도 많다.

현재 '예술인 보호법'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사실상 기성 예술인들을 위한 보호법이다. 예술인으로 등록하려면 예술인 스스로 본인이 예술인임을 증명할 만한 경력, 실적 등이 있어야 한다. 이제 막 날개를 펴려는 청년 예술인들이 어떤 경력과 실적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 지원책이 청년예술인들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 어떤 당선자는 청년예술인들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겠다고 말하던데, 반드시 그 지원들이 현금화라던지 어떤 식으로든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방식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http://www.cham-sori.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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