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패할 것이다. 그렇지만 노력할 가치는 있다. 실패할 줄 알고 하는 도전은, 좀 더 나은 실패를 만들어 준다. 우리는 그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것이고, 그것은 당신이 실패하지 않을 확률(성공할 확률이 아니다!)을 조금이나마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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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오닐 감독은 레스터의 우승을 로맨스라고 표현하면서, 이것이 축구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맞다. 사람들은 축구 이외의 분야에서도 레스터의 이름을 꺼내기 시작했다. 누구는 '흙수저의 반란'이라고 말했고, 누구는 '축구 미생의 성공'이라고 표현했다. '레스터처럼 노력하라! 그렇다면 당신도 그들처럼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는 듯이. 글쎄.
미안하지만 5000분의 1이다. 당신을 좌절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4999가 될 확률이 높다. 이런 미담은 아름답지만, 문제가 있다. 항상 사람들에게 거짓 희망을 준다는 것이다. 로또와도 같다. 매주 한 명씩의(혹은 그 이상의)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지만, 그게 나는 아니다. 우리는 아니다. 레스터 시티는 운이 좋았지만, 당신도 운이 좋으라는 법은 없다.
스타들이 주는 희망에 도전했다가 절망하고 포기한 사람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아마 겁 없이 자신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이들의 수와 비슷할 것이다. 높은 기대가 깊은 실망을 주듯, 높은 희망은 깊은 좌절을 남긴다. 깊은 좌절은 어떤 노력도 쉽지 않게 만든다. 앞으로의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또다시 상처받는 것이 겁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실패할 것이다. 우리는 망할 것이다. 우리는 안 될 것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보다 먼저 외워야 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실패할 것이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망할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안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덜 실패하기 위해'물론 벌써부터 오지 않은 실패를 두려워 하며, 일말의 노력도 포기한 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의 노력은 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나의 투자는 나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실패를 예측하고, 실패에 대비하고, 미리 좌절하라는 것이다. 실패할 줄 알고 하는 도전과 실패하지 않을 줄 실패할 줄 모르고 하는 도전의 결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절망에도 면역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실패할 것이다. 그렇지만 노력할 가치는 있다. 실패할 줄 알고 하는 도전은, 좀 더 나은 실패를 만들어 준다. 우리는 그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것이고, 그것은 당신이 실패하지 않을 확률(성공할 확률이 아니다!)을 조금이나마 높여줄 것이다. 당신이 이번에 18위로 강등권에 그쳤다면, 이 실패는 당신이 다음번에는 17위쯤은 하게 해줄 것이다. 다음번에는 16위일지 모른다. 그렇게 한 계단씩 올라가면 된다.
우리는 결국 실패하겠지만, 노력해볼만 하다. 조금이라도 덜 실패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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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의 미생' 레스터를 보라고? 우린 실패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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