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 고등학교 가기 어려운 제주도, 바꾸겠다"

이석문 교육감 인터뷰 "제주의 희망교육 흐름이 전국으로 전파되기를"

등록 2016.05.11 16:48수정 2016.05.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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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제주교육청을 방문, 이석문 교육감을 만나 2시간 가까이 2016년 제주교육의 목표인 '질문이 있는 교실'을 비롯해 △ 고교체제 개편 및 고입제도 개선 △ 제주형 혁신학교 △ 평화인권교육 활성화 △ 진학범위 '인 아시아' 등 제주교육 현안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일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자 말

제주교육청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제주교육청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김형태

- 우선 다른 시도교육청과 다른 제주교육만의 특색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친환경급식조례'가 제주에서 처음 제정된 것처럼, 알고 보면 제주에서 최초로 시작된 것이 많습니다.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행정·재정적 근거가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통교부금의 1.57%를 교육재정으로 지원받고 있고(다른 시도는 20.27%) 그리고 특별법을 통해 전국 최초로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됐습니다.

이와 함께 자율학교 운영, 교장 공모제 등도 보장되고 있고, 교육의원 제도가 제주에서 유지될 수 있는 것 역시 제주특별법이 있기 때문입니다(다른 지역에서는 교육의원 제도 사라짐).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06년 선포됐는데, 특별법 수립 당시 전교조 제주지부장이던 제가 교육자치 분야의 틀을 만드는 데 참여했습니다."

- 교육감 당선 2년이 다가오는데, 성과는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취임하면서 '저부터 학교 현장을 지원하겠다', 즉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이 아닌, '덜어내고 지원하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방향에 맞춰 교사가 교육 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수 있는 교실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서서히 교육 본질의 문화가 살아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변화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변화의 흐름이 '교실 지원'의 방향에 맞춰졌기 때문에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배려와 협력, 행복이 있는 교실 문화가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봅니다.

아쉬운 점은 '누리과정'입니다. 제 임기 동안 예산 편성권이 4번 주어지는데, 그 중 2번을 누리과정에 눌려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공약을 실현하는 예산을 사실상 못 쓰고 있습니다. 인력 채용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20대 새로운 국회에서 누리과정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누리과정과 국정교과서 문제, 진보교육감들이 줄기차게 싸웠다고 자부"
  
-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개혁속도가 더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 평교사 출신의 교육감이 처음 들어서자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한 분위기가 있어서 속도를 내기 더욱 어려웠습니다. 내부형교장공모제 등도 진통 끝에 이뤄냈고요.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더 중요하다 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새로운 정책들을 교육현장에 알맞게 추진해 행복한 교육의 미래를 열어 나가겠습니다.


그래도 돌아보면, 누리과정과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 진보교육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청와대 앞 1인시위까지 하며 줄기차게 싸웠다고 자부합니다. 이것은 야당 정치인들도 못한 일입니다."

- 누리과정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제주의 누리과정 예산 사정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대응방법이나 해결책은?
"올해 제주지역의 누리과정 연 총 소요액은 624억 원으로, 유치원 166억 원과 어린이집 458억 원입니다. 제주 교육청은 유치원 예산은 전액 편성했으나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에 대해서는 2개월분에 해당하는 76억 원만 편성했으며, 정부로부터 목적예비비 23억 원을 우선 배정받은 상태입니다. 현실적으로 누리과정 전액 편성이 불가능합니다. 지난해도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위해 357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습니다. 계속 빚을 지면서 부담할 수 없습니다.


전국 어느 교육청도 매해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편성할 수 없습니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현재 제주도청이 선집행하는 상황입니다. 정산에 대해서는 도청과 협의하며 풀어갈 계획입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정부의 책임입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공조하며 정부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국비로 해결되도록 하겠습니다."

제주 4.3 평화 기념관 
제주는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4·3역사가 지역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제주 4.3 평화 기념관 제주는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4·3역사가 지역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김형태

-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4.3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제주는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4.3역사가 지역 전체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도민들은 4.3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존중·인정하면서, 4.3의 아픔을 평화와 화해, 인권 등의 미래 가치로 승화시킨 위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4·3을 왜곡·폄훼하면서 4·3유족들을 비롯한 도민들이 또다시 아픔과 상처를 입어야 했습니다. 이에 정부의 국정 교과서 추진이 매우 우려되고 걱정됩니다. 국정화 교과서가 교학사 교과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큰 우려는 국정교과서 집필 진행 내용이나 방향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벌써부터 교과서 공개에 따른 엄청난 논란과 갈등,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집필 상황을 공개하여 국민적 공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다른 지역은 독자적인 역사 교과서 집필을 추진하지만, 제주는 타 시도에서 개발하는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4.3관련 자료를 독자적으로 제작,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제주도 교육청에서 말하는 '평화인권교육 활성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우리 세대는 60년 이상 전쟁을 겪지 않는 시대를 사는, 매우 운 좋은 세대라고 봅니다. 이는 과거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한중일이 공유하고 있는 참혹한 역사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평화체제를 아이들에게도 잘 물려줘야 할 교육의 책무가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4.3평화인권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많은 교육과정이 있지만 대표로 4.3 유족들이 명예교사가 되어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4.3역사와 제주어, 농경문화 등을 전달했습니다. 유족들은 앞으로 길어야 활동기간이 10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유족들의 경험과 삶의 지혜 등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4.3역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평화인권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삶에 평화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이 깃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주의 아이들이 제주의 정체성을 지니고 세계 어디에서나 당당한 인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체성 교육'도 잘 펼쳐 나가겠습니다."

- 많은 학생들과 정치인들이 광주에 가면 망월동을 방문합니다. 그에 비해 제주4.3평화공원은 적막할 정도로 찾는 이가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당선된 후, 4.3교육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4.3계기교육을 위한 교사연수도 시작했습니다. 먼저 제주에 있는 학교들이 체험학습 장소로 많이 활용하도록 할 것이고, 전국에서 제주4.3평화공원으로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오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이미 광주교육청과는 4.3과 5.18을 매개로 MOU체결했고요, 앞으로 전북의 동학혁명, 서울의 4.19 등과 연계해 더 많은 교육청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겠습니다."

적막할 정도로 찾는 이가 적은 4.3 평화공원  전국에서 제주4.3평화공원으로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오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이미 광주교육청과는 4.3과 5.18을 매개로 MOU체결했고요, 앞으로 전북의 동학혁명, 서울의 4.19 등 더 많은 교육청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겠습니다.
적막할 정도로 찾는 이가 적은 4.3 평화공원 전국에서 제주4.3평화공원으로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오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이미 광주교육청과는 4.3과 5.18을 매개로 MOU체결했고요, 앞으로 전북의 동학혁명, 서울의 4.19 등 더 많은 교육청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겠습니다. 김형태

- 제주에서는 대학보다 고등학교 들어가기가 더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육감께서 '고교체제 개편' 1순위 공약으로 내건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제주의 고교체제는 1980년대 고교평준화 이후 특목고, 평준화 일반고, 읍면지역 일반고, 특성화고의 서열화된 수직적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은 서열화 된 고교체제에서 상위의 학교로 가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인식되어 왔지요.

현 고교체제가 아이들 절반 정도를 탈락시키는 구조이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이미 꿈과 끼, 건강 등을 소진하게 됩니다. 탈락한 아이들은 자존감을 상실한 상황에서 고등학교를 들어가게 됩니다. '제주에서는 대학보다 고등학교 들어가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 이런 현실을 반영합니다.

아이들의 꿈과 잠재력을 미래 사회의 역량으로 꽃피울 수 있는 교육적 토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핵심 정책이 '고교체제 개편'입니다. 지금처럼 성적과 서열에 밀려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과 잠재력을 맞춰 자존감 있게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체제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학생 수 감소 추이를 고려하면 5년 안에 '고등학교 통폐합'이 거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서 고교체제 개편의 가장 큰 화두는 읍면 고등학교 활성화와 특성화 고교 개편입니다. 읍면 고교 활성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성산고를 국립 해사고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른 읍면 고교도 지역주민·동문·학교현장 등과 지혜를 모으면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신년사에서 '2016 제주교육은 질문이다'라고 선언했는데 왜 이런 선언을 했는지?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교육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라는 근본 질문을 했지요. '가만히 있으라'에 우리 교육이 답을 내려야 합니다. 저는 그 답을 '질문의 힘'이라고 봅니다. 지시하고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으면서 자발성과 자존감을 형성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질문의 힘은 아이들이 스스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토대이기도 합니다. 결국 답은 '질문이 있는 교실'입니다. '2016년 제주교육은 질문이다'라는 말 속엔 '질문이 있는 교실'을 통해 아이들의 질문의 힘을 키우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 10개교 지정·운영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인 종달초  ‘다혼디 배움학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며,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학교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인 종달초 ‘다혼디 배움학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며,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학교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김형태

-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시작한 다혼디배움학교는 올해까지 모두 10개교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주특별법에 '제주형 자율학교'를 지정,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기존 제주형 자율학교는 예산을 지원해 학교를 살리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가 자발성과 민주성을 갖고,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학교를 살려 나갈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 학교가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입니다.

'다혼디 배움학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며,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학교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교사가 교육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교사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고,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는 교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혼디배움학교'가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이 있고, 다양한 교육 과정이 운영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학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양한 교육 과정이 운영되는 고등학교'란 어떤 형태일까요?

"출산율이 줄고 있습니다. 제주는 현재 0세 출생자가 5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70년대에 비교하면 1/3수준입니다. 아이들을 탈락시키고 소진시키는 교육문화가 계속되면 제주교육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대기업 근속연수도 평균 10년밖에 안됩니다. '연합고사-수능-대기업 입사'로 이어지는 성장 과정이 더 이상 답이 아님을 인정할 때가 왔습니다. 이젠 아이들이 100세 시대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이 새로운 교육문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꿈과 끼,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미래의 진로, 진학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교육문화와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교체제 개편'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고교체제 개편으로 고유의 전통이 살아 있고,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고등학교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자신의 꿈과 끼,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다양한 색깔이 있는 고등학교에서 미래의 진로, 진학으로 키워나가는 선순환적인 교육문화와 구조를 실현하려 합니다. 아이들의 100세 시대를 제주교육이 잘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 국제교류가 강화되고 진학범위가 '인 아시아(in asia)'로 확대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제주에 많은 다문화 가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문화가족과 평화롭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자질과 잠재력, 역량을 제주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제주의 아이들이 다문화 아이들과 존중·협력하고 교감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인식 속에 베트남 원어민 교사를 채용했고, 앞으로 이중언어 교육을 통해 베트남 다문화 가족들의 자존감과 적응력을 높일 것입니다. 그리고 제주 아이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힐 것입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경제 중심의 축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움직였을 때를 대비해 제주교육이 지금부터 면밀히 준비해야 합니다.

인(in) 서울에 갇혀 있는 대학진학의 흐름을 아시아로 넓게 가져가야 합니다. 미국, 유럽의 유학 흐름을 중국과 일본, 나아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권까지 충분히 확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씩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 호치민 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교와 교육교류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중국 북경시교육위원회 및 상해교육위원회와 협정을 체결해 제주의 학생들이 중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활로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해외 유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안내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아이들이 인 서울에 갇혀 있었던 사고를 넓히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제주도가 20년 이내에 아시아의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말씀하신대로 이주민이 늘면서 학생 수가 증가하고 다문화 가정도 늘고 있는데, 그럼 제주지역은 학생 수가 늘고 있나요? 

"제주에 이주민 수가 늘면서 학생 수도 순증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학생 순증 수가 2013년은 538명, 2014년 591명, 2015년 818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순증하는 추세가 늘고 있습니다. 2013년 480명에서 523명, 2015년 728명으로 늘었습니다. 앞으로 제주에 '제2공항'이 만들어지고, 국제 크루즈 등 제주의 관문이 넓어지면 인구 유입은 더욱 폭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봅니다.

순증하는 학생을 읍면 지역 작은학교로 분산시키는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작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지만 제주는 다른 실정입니다.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로 가야 합니다. 매해 늘어나는 학생들을 작은 학교로 흘려보내, 학교뿐만 아니라 각 지역 균형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를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 선녀 옷을 돌려줘도 이혼이 쉽지 않다는 말은 무슨 말씀인가요? 선녀와 나무꾼 동화가 사실?

"제주가 셋째 이상 출생아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습니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어 문제가 심각합니다. 출산율이 줄어드는 상황에 결혼이 어려운 반면 이혼율이 늘고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셋째 이상이 있는 가정은 이혼율이 적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같은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선녀와 나무꾼' 동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선녀와 나무꾼 동화에서 나무꾼을 도와주는 사슴은 "선녀와 결혼해서 세 아이를 낳기까지는 날개옷을 깊이 감추고 절대로 보여 주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슴이 이렇게 말한 근거를 아이 세 명을 낳으면 이혼율이 낮은 현재의 통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산율과 이혼율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동화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 제주도가 지나치게 난개발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제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 유산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한라산, 오름, 올레길, 바다 등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제주가 세계의 사랑을 받는 관광지로 발돋움한 것 역시 독보적인 자연 환경 때문입니다.

난개발로 치달으면 제주 고유의 매력과 정체성이 퇴색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쌓아 올린 제주인들의 삶 근본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할 때입니다. 제주의 자연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할 유산입니다. 우리의 삶과 자연이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과 사회적 논의·합의가 절실합니다.

제주교육도 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역, 지역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교육적 모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건강 생태학교'를 육성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조천읍 선흘에 있는 '선흘분교장'을 건강생태학교로 선정, 시범 운영한 후 2018년까지 총 6개교를 지정, 운영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곶자왈, 람사르 습지 지역 인근 작은 학교를 건강생태학교로 선정해 지역사회와 연계해 체험활동을 활성화하고 그에 따른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예정입니다. 장기안으로 건강생태학교를 '제주형 자율학교(혁신학교)'로 지정·운영하겠습니다."

- 도청이나 의회와 협력관계는 잘 이뤄지고 있나요?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교육의원 출신입니다. 무엇보다 도청, 의회와 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이념을 떠난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정책을 논의·합의하고 있습니다. 소통은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같은 것은 합의하고, 다른 것은 꾸준히 존중하고 논의하며 접점을 찾고 있습니다."

-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 당연하게 자리했던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 문화를 이제 배려와 협력, 행복 중심의 교육 문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말 소중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존감과 자발성을 갖는다면 정말 잘할 수 있습니다.

제주는 이런 흐름으로 모든 교육가족, 도민들과 합심해 정책, 행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교육의 중심이 될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각 지역 작은 학교만 하더라도 최고의 학교 환경과 교사들의 뛰어난 능력과 열정,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지원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중요한 건 교실 문화입니다. 교사들이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충실할 수 있는 교실 문화를 만든다면 잠재한 가능성은 현실의 결실과 제주 교육의 경쟁력으로 활짝 꽃필 것이라 자신합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꿈과, 끼, 예술적 감수성 등이 100세 시대의 진로, 건강, 행복으로 이어지는 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저를 비롯한 모든 교육 가족들이 교실을 충실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변화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에서 일어나는 희망 교육의 흐름이 전국으로 전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 
그동안 우리 사회에 당연하게 자리했던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 문화를 이제 배려와 협력, 행복 중심의 교육 문화로 전환해야 합니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 그동안 우리 사회에 당연하게 자리했던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 문화를 이제 배려와 협력, 행복 중심의 교육 문화로 전환해야 합니다.제주교육청

덧붙이는 글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제주교육 #이석문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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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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