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한권의책
갈대, 강아지풀, 개구리밥, 개망초, 괭이밥, 국화, 꽃다지, 나팔꽃, 냉이, 달맞이꽃, 달래, 도라지, 며느리밑씻개, 봉숭아, 민들레, … 잔디, 제비꽃, 질경이, 코스모스, 토끼풀, 패랭이꽃, 할미꽃, 이렇게 서른여섯 가지 풀이나 꽃을 알려주는 어린이 인문책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한권의책)을 읽습니다.
풀이나 꽃을 잘 모르는 채 자란다고 할 만한 도시 아이들한테 길동무가 되도록 빚은 책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풀이나 꽃은 무척 많지만,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려서 서른여섯 가지를 추려서 엮어요.
그런데 이 책에 실은 풀이나 꽃을 살펴보자면 "들꽃 사전"보다는 "풀꽃 사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갈대나 강아지풀은 들꽃이 아니고, 개구리밥도 들꽃이 아니거든요.
나팔꽃이나 봉숭아나 잔디도 들꽃이라 하기는 좀 어려워요. 도라지도 그렇고, 할미꽃도 들꽃이라는 이름이 안 어울려요. 도라지는 나물 쪽에, 할미꽃은 깊은 숲에서 자라는 멧꽃 쪽에 넣어야지 싶습니다.
쇠뜨기나 쇠무릎도 들꽃보다는 들풀이라 할 만하고, 뱀딸기나 쑥이나 억새도 들꽃이라 묶기에는 어쩐지 안 어울려요. 그러니까 '들꽃'보다는 '풀이랑 꽃'을 다루는 "풀꽃 사전"이라고 이름을 붙일 적에 아이들도 '풀이랑 꽃'하고 한결 살가이 다가서도록 도울 만하리라 생각해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다가 지치거나 입이 심심해지면 괭이밥 이파리를 따서 씹어 먹었어요. 괭이밥 이파리는 부드럽고 새콤하니 신맛이 나거든요. 아이들은 '고양이싱아'라고 불렀지요. '싱아'라는 말에는 '시다'라는 뜻이 들어 있어요.' (27쪽)나는 어릴 적에 <처음 만나는 들꽃 사전> 같은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1980년대에는 이만 한 책이 한국에서는 나온 적이 없거든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어른들은 풀이름이나 꽃이름을 잘 몰랐고, 학교 선생님도 풀이름이나 꽃이름을 잘 모르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나는 우리 어머니를 '풀 선생님'이나 '꽃 선생님'으로 모셨어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는 "어머니, 이 풀은 뭐예요?" 하고 물으면 거의 척척 알려주셨어요. 다만, 어머니가 이름을 알려주셔도 고개를 돌리고 나면 곧 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