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놀이터엔 아이들이 없다.
pixabay
지난 4~5월 사이 소풍·연휴 등으로 3주간 변경된 방과 후 수업과 학원 일정 때문에 3주 동안 여러 차례 보강수업을 경험한 쌍둥이 남매도 '보강'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짜증을 냅니다. 어린이날이라 휴관한 수업을 주말에 보강한다고 알려주니까 "우리 사정으로 빠진 것도 아닌데 왜 보강을 하느냐"며 따지기까지 하더군요.
매일 빡빡하게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 스케줄이 있으면 앞으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강수업을 하다가 지쳐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돌봄교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한글 학습지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습지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하루에 두 개 이상의 학원을 다니며 학습지를 하는데 그만두면 어떡하냐"라고 아쉬워하시더군요.
요즘 아이들, 정말로 그렇게 빡빡하게 생활하나요? 이제 겨우 8세밖에 안된 아이들이 일일이 그 스케줄을 다 관리하는 걸까요?
옛날에는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동네 친구들과 모여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종일 놀다가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저녁때 "밥 먹어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가끔 나오는 아이들은 항상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나오죠. 미취학 아동의 경우 동반하는 어른 없이 놀이터에 나오면 동네에서 그 부모를 흉보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기도 합니다.
1~2학년이 돼서야 드물게 친구와 함께 놀이터에 나오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학원과 학원 사이에 잠깐 놀고 가는 것이더군요. 매일 방과 후 수업을 듣고 나서 연달아 학원을 2개 이상 다니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모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6~7시가 넘는다고 하는데 언제 숙제를 하고, 언제 노는 걸까요.
아이의 하교와 부모의 퇴근 사이 공백... 대안은 학원뿐?바쁘게 방과 후 학습을 하는 아이들의 뒤엔 스케줄을 관리하는 엄마가 있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아이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됩니다. 장장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말입니다(유치원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5년).
어릴 때부터 엄마의 관리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을 하거나 계획을 짜기보다 엄마의 스케줄 관리에 따라,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학습을 하고 시간을 사용하면서 자기 주도력을 얻을 기회를 상실하겠죠.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엄마라는 이름에 추가된 스케줄 매니저의 역할이 낯설지 않은 건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놀이터에 가도 같이 놀 친구가 없고, 학교가 끝나면 친구와 함께 학원에 가는 것을 부럽게 바라보니까 학원을 안 보낼 수도 없더군요. 매일 예체능 학원 한 군데를 다니고 겨우 30분을 학습하는 쌍둥이 남매는 나머지 시간은 놀이로 채웁니다. 그렇게 놀아도 놀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하는데, 한편으로 돌봐주시는 분은 아주 힘들어하십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 하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학원 스케줄에 따라 생활하던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중학교 이후에 학습 분량이 많아지는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스럽습니다. 또 빡빡한 스케줄로 늘 놀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의 욕구는 어떻게 충족시켜줘야 할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스케줄 매니저가 아닌 엄마이고 싶습니다. 맞벌이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 하교와 엄마의 퇴근 사이의 공백을 채워줄 대안이 진정 학원 이외에는 없는 걸까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공유하기
15년간 '연예인급' 일정표, 이게 최선인가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