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에 얹은 들딸기. 자 한 입에 털어넣을 수 있겠니?
최종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살피니, 노랗고 조그마한 꽃잔치가 곳곳에 벌어집니다. 자전거를 오르막에서 세우며 다가섭니다. 아, 국수나무로구나! 국수꽃이 피었네! 국수꽃을 둘러싸고 벌이 엄청나게 모였어요.
고갯마루를 넘으면서 찔레나무 곁에서 들딸기를 만납니다. 자전거를 길에 눕히고 큰아이하고 들딸기를 훑습니다. 나는 물크러진 것만 먹고, 큰아이 입에는 소담스러운 것을 넣습니다. 미리 챙긴 유리그릇에 들딸기를 한 줌씩 훑어서 담습니다.
이렇게 더디더디 고갯마루를 넘다가,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지나고, 바다를 바라보는 계단논 옆도 지난 뒤에, 사람 발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샛길로 접어듭니다. 자동차도 경운기도 사람도 거의 안 지나다니는 오솔길 같은 길가에는 크고작은 들딸기가 몽글몽글 빨갛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이레쯤 더 있어야 훨씬 굵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 우리가 한 번 훑어 주면 이 딸기넝쿨도 더욱 굵은 알을 맺어 주리라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