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넷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뜨거운 눈물

남해 박숙이 할머니,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 딴 숙이공원 찾아

등록 2016.05.21 13:38수정 2016.05.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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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4) 할머니가 20일 박영일 남해군수와 함께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 '숙이공원'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소녀상을 찾았다. '숙이공원'은 남해군이 예산을 들여 지난해 8월 조성했고,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공원 명칭을 정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4) 할머니가 20일 박영일 남해군수와 함께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 '숙이공원'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소녀상을 찾았다. '숙이공원'은 남해군이 예산을 들여 지난해 8월 조성했고,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공원 명칭을 정했다. ⓒ 남해군청


"니도 숙이가? 내도 숙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4) 할머니가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 '숙이공원'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한 말이다. 남해군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지난해 8월 14일 제막식 열었는데,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할머니가 이번에 비로소 방문한 것이다.

21일 남해군청은 박숙이 할머니가 박영일 군수와 함께 20일 숙이공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할머니의 숙이공원 방문은 생일을 맞아 이뤄졌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댁을 방문한 박영일 군수가 할머니를 직접 모시고 찾게 된 것이다.

남해군청에 따르면, 박숙이 할머니는 숙이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소녀상의 손을 꼭 잡으면서 "니도 숙이가? 내도 숙이다"라면서 첫인사를 나누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할머니는 소녀상 옆에 있는 바래가는 길에 사용해 온 바구니를 손으로 더듬고는 남해 사투리로 "바구리(바구니), 바구리다, 호메이(호미)"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또 숙이공원 한 편에 자리 잡은, 할머니와 나이가 같은 동백꽃인 숙이나무를 바라보면서 "좋다, 좋다, 참 좋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억될만한 날"이라며 "건강만 허락되면 숙이공원에 자주 와 방문객들과 같이 이야기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영일 군수는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라"며 "할머니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군정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숙이 할머니는 1922년 남해군 고현면 관당마을에서 태어나 남해에서 살다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6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다.


박 할머니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늦은 2012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해 등록했다. 박 할머니는 2014년 남해여성회와 함께 지역 학교를 돌며 '찾아가는 강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박 할머니는 "일본에 이기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거나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 "나라 없는 설움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당시를 살았던 나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은 모두 나라가 없어져 생긴 것이다", "부디 열심히 공부해 다른 나라 사람에게 고개 숙이지 않는 큰 사람이 돼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a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4) 할머니가 20일 박영일 남해군수와 함께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 '숙이공원'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소녀상을 찾았다. '숙이공원'은 남해군이 예산을 들여 지난해 8월 조성했고,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공원 명칭을 정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4) 할머니가 20일 박영일 남해군수와 함께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 '숙이공원'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소녀상을 찾았다. '숙이공원'은 남해군이 예산을 들여 지난해 8월 조성했고,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공원 명칭을 정했다. ⓒ 남해군청


#일본군 위안부 #숙이공원 #남해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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