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권우성
"음주 사회비용은 조사하면서, 여성폭력은..."
- 한국 사회에서 여성 관련 문제제기가 어려운 이유는 뭘까. "일단 사람들이 '우리나라 여성들이 정말 차별 당하고 사나? 여성 문제가 정말 문제야?'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여성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 문제를 정말 사소하고 부분적,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은 '여자들 살기 좋아졌잖아, 교육 수준도 높은데, 여성들이 정말 차별 받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도 그렇다. 구체적인 여성들의 현실을 잘 몰라서 이런 질문을 한다.
때문에 이른바 '명예남성'이 탄생한다. 불 때서 밥 해먹을 때보다 지금이 낫다는 식의 생각을 여성 스스로 하고 있다. (2030년) 세계무역 7위(가 될 것이라는) 경제대국이지만 여성과 관련된 지표의 순위는 어떤가.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봐라(OECD 29개국 중 고등교육, 임금, 고위직 비율, 육아휴직 등 10개 지표를 종합한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 지난 3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집계 발표). 그 수치가 다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여성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거다. 그런 현실을 보고 싶지 않은 거다."
- 명예남성의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김밥 할머니가 '돈 없어서 공부 못했다'라고 하지만 그건 돈 때문이 아니라 여성차별 때문이다. 당시 돈 없는 집 장남과 돈 없는 집 장녀의 교육 정도를 생각해보면, 그게 왜 차별 때문인지 알 수 있다. 명예 남성들은 이 어려운 세상에서 여자로 살기 어려우니, 남자처럼 살 수 있었던 것이고 자기도 모르게 가부작정인 철학을 몸에 갖고 있는 것이다. 내 안의 가부장성에 도전해야 하는데, 명예남성은 그걸 당연한 줄 알고 산다."
-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정치적 과제를 생각해 본다면."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공식 통계가 없다. 예전 한국여성의전화에 있을 때도 언론보도를 수집하는 수준이었다. 법무부에 요청해 봐도 여성이 누구한테 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여성폭력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구체적 통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자료가 있어야 한다. 술 때문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매년 나오는데 말이다.
또 자세히 들여다보진 못했지만 남미 쪽은 여성살해와 관련된 법률이 있다. 캐나다의 경우 (가정폭력과 같이) 치밀한 관계, 위계적 관계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가중처벌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존하는 관계라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반대로 가정폭력은 (사적 영역으로 간주해) 봐주는 경향이 있다. 물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법으로 정한 형량이라도 잘 선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제도적 접근은 어떻게 가능할까. "과거 아동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잘 시행되지 않았다.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조금이라도 실제적인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너무 원론적일 수 있지만 교육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여성과 인권과 관련된 체계적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또 지속가능한 사회를 원한다면 성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전엔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이기적이라고 했지만 이젠 합리적 선택이 됐다. 스웨덴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