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선량 CT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촬영하면 방사선에 노출돼 폐에 부담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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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폐암이요?! 네, 좋은데요. 오늘 그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으신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요?"
Q : "일전에 제가 회식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제약회사의 한 임원분과 동석했는데요. 식사 중간에 담배를 태우고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항암제를 만드는 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담배를 태우시네요'라고 핀잔을 줬더니…. '어차피 폐암은 유전이나 가족력이 중요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제가 이제 나이가 50이 넘은 지 꽤 됐는데, 이제 끊어봤자 얼마나 더 살겠어요'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K : "아…."
Q : "흡연이 폐암의 중요한 원인이고,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의 발병률이 20~30배가량 높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단순히 흡연자와 비흡연자간의 비교뿐 아니라, 간접흡연이라던가 적은 양의 흡연이라던가, 고령자의 금연이라던가 하는, 은근히 논란거리가 있는 주제가 많더라고요."
K : "네, 그러면 그 제약회사 임원분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 :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폐암에 대한 통계적인 내용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2013년 국내의 통계를 기준으로, 폐암은 암종들 중 발병률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사망률은 1위에요. 발생률 1, 2위인 위암이나 대장암보다 (워낙 발병률이 높고 예후가 우수한 갑상선암은 제외) 대략 사망률이 2배가량이나 높아요."
K : "왜 그렇게 폐암의 사망률이 유난히 높은 걸까요?"
Q : "지난번에 간암 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암은 증상이 잘 발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또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장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암도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고, 다른 암에 비해 발병 후 진행이 빠른 편입니다. 또 폐라는 기관이 호흡을 관장하는 기관인 만큼, 생명과 직결돼 있고요."
K : "그렇다면 폐암은 조기검진이 더욱 중요하겠군요?"
Q : "현재 국가암정보센터에서 권고하고 있는 폐암 검진 권고안은, '30갑년(갑년 = 하루에 피운 담배 갑수에 피운 연수를 곱한 것. 예를 들어, 하루 1갑씩 30년 피웠다면 30갑년, 하루 반갑 씩 20년 피웠다면 1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5세 이상의 고위험군(금연 후 15년 이상인 과거 흡연자는 제외)을 대상으로 매년 저선량 흉부CT를 이용한 검진을 권고한다'입니다. 사실 이 권고안도 최근에 바뀐 권고안이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폐암은 정기검진이 권고되지 않았습니다."
K : "정기검진이 권고되지 않았다고요? 왜요?"
Q : "일반적으로 정기검진은 암 발생이나 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되는데, 폐암에 있어서는 조기검진을 시행한 군이 시행하지 않은 군에 비해서 생존율 향상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과거의 폐암 조기검진은 주로 우리가 '가슴 사진'이라고 알고 있는 '흉부 X선 사진'을 이용했었는데요. 이 사진에서 폐암이 보이려면 암이 이미 꽤 커졌거나,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90% 이상의 폐암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비흡연자에 있어서의 검진의 효용성도 의문이고요.
다만, 최근에 '저선량 흉부CT'라는 기법이 개발돼, 검진의 목적으로 가슴CT를 촬영하는 기술이 생겼습니다. 본래 CT는 방사선노출이 있어서 검진의 목적으로 매년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는데, 그 양을 많게는 10분의 1까지 줄인 것이죠.
이 기법을 이용해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었던 군에서 매년 검진을 한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0%까지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권고안이, 30갑년 이상의 고위험군에게 매년 저선량 CT로 검진을 권고하게 된 거지요."
K : "그렇군요.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엔 저선량 CT를 이용한 검진은 도움이 안 되나요?"
Q : "저선량 CT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촬영하면 방사선에 노출돼 폐에 부담이 생깁니다. 앞서 설명한 고위험군에서는 이러한 부담보다 검진으로 받는 이익이 훨씬 크지만, 비흡연자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검진의 이득보다 위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권고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일선의료기관에서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한 검진이 빈번히 행해지고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과다검진'에 대한 의문이 새로운 이슈가 되기도 하죠. 암이 아닌,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성 결절 등을 발견해서 걱정 없이 건강히 살 사람을 질병 우려에 빠뜨릴 수도 있고요. "
유전, 간접흡연, 고령 금연, 전자담배 등 다양한 이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