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로부터 받는 지나친 호의와 친절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친절을 베푸는 이가 비정규직 근로자라면 그런 불편함은 더 크게 느껴진다. 그 친절함 뒤에 숨어 있는 말 못할 고민과 사연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얼마 전 기자는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통화 내용은 이랬다. 구입한 지 일 년쯤 된 이어폰이 말썽이란다. 친구는 "30만 원이나 주고 산 비싼 이어폰인데 벌써 몇 번째 고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는 수리센터에 방문해서 수리도 맡기고 강력하게 항의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시간이 되면 수리센터에 함께 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혹시나 기삿거리라도 있을까 싶어 동행을 하게 되었다. 수리센터에 도착해 접수를 마치고 얼마간 기다리자 고장 수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친구를 호명했다.자리에 앉을 때까지도 화가 누그러지지 않았던 친구는 담당 직원의 친절한 태도에 다소 화가 누그러지는 듯 보였다. 이 직원은 이어폰을 수리하는 동안에도 "고객님 불편하셨죠. 이 제품은 구조상에 문제가 있어서 고장이 잦은 편입니다"라며 연신 친구를 달랬다. 이런 직원의 태도에 잔뜩 화가 나 있던 친구도 점차 화를 풀기 시작했다. 90도 인사... 비정규직의 고충이 느껴졌다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리를 마친 직원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와 친구와 나에게 머리를 숙여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다. 친구와 나는 이 직원의 지나친 친절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가 건넨 말은 "고객님 혹시라도 저희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다고 꼭 말해 주세요. 그 전화는 회사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저를 평가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자 이 직원의 친절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그도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래서일까. 그가 친구와 나에게 베푼 친절함 뒤에서 겪고 있을 고충이 무엇일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이른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웃소싱, 파견, 용역 다양한 이름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 '팔려' 나간다. 이들 파견업체들은 자신들이 파견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임금의 일정 부분을 떼어 간다. 이들 업체들이 노동자들로부터 수수로 명목으로 떼어가는 금액은 임금의 1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송곳>(Jtbc 2015년 10월~11월 방송)에서는 이런 세태를 실랄하게 비판했다. 부진 노동 상담 소장 구고신(안내상 분)은 드라마에서 "돈은 깃발 든 놈들이 번다"고 쏘아 붙인다. 이는 일은 노동자들이 하고 돈은 파견업체가 벌어가는 세태를 꼬집은 것이다. 드라마에서 파견업체들은 깃발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노동자들을 곳곳에 파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파견 업체들은 노동자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뿐인데 그 대가치고는 꽤 짭짤한 수입을 얻어가는 것이다. 참 쉽게 해고하는 세상, 뒤에서 피눈물 흘리는 노동자들 큰사진보기 ▲한 협력업체 직원이 고층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파견업이 성행하는 이유는 '쉬운 해고와 쉬운 고용'이라는 기업과 파견업체 간의 이해 관계가 서로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파견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매우 손쉽게 해고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고객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일부 콜센터와 수리센터 직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겉으로는 밝게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언제 잘릴지 걱정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친절함이 고맙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불편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수리센터 #비정규직 추천28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59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이재환 (fanterm5) 내방 구독하기 페이스북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충남 유가족 차담 요청에 응하지 않은 진화위 상임위원... "아쉬워"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수리센터 직원의 90도 인사가 불편했던 이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팔순잔치 쓰레기 어쩔 거야? 시골 어르신들의 '다툼' 18년 된 헌 아파트, 직접 고쳐 쓰니 새집 같습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윤석열·심우정·이원석의 세금도둑질, 그냥 둘 건가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