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4/27) ‘위기의 여자’
민주언론시민연합
피해자에 대한 왜곡이 가해진 또 다른 사례는 같은 날 방영된 두 번째 에피소드 '내겐 너무 천사 같은 그녀'의 '지문 엽기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제주의소리 <제주 지문엽기 살인사건 주범 징역 30년>(2013.4.25)로 보도된 실제 사례이다.
강원도 사설 복지시설에서 함께 생활한 가해자들은 2012년 12월 10일 제주로 들어 온 뒤 평소 알고 지내던 고아무개씨를 유인해 살해했다. 가해자인 50대 여성과 그 내연남이 빚을 갚기 위해 피해남성을 살해하고 지문을 도려내 피해자 명의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엽기 사건'이다.
MBN은 에피소드 말미에 실제로 구속된 가해자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기도 했다. 문제는 관련 기사 어디에서도 피해자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가 없는데, MBN이 피해자 고씨를 의처증으로 전처와 이별한 것으로 설정하고, 스토킹으로 가해자 이아무개씨를 괴롭힌 사람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극적 반전을 연출하기 위해 유독 피해자에 비정상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다. MBN의 이런 과장된 범죄 재연은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5항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해자와 그 가족의 경우에도 그들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MBN은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이 공동으로 제작한 <성폭력 사건 보도수첩>에 담긴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3항(선정적, 자극적 지양하기) "언론은 성폭력 범죄의 범행 수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특히 피해자를 범죄 피해자가 아닌 '성적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선정적 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 역시 무시했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21조 ①항 "방송은 사회고발성 내용을 다룰 때에는 부당하게 인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도 위반했다.
TV조선은 '엽기 사건 짜깁기 선물세트'로 선정성 극대화MBN은 그나마 실제 사건에 기반한다는 기획의도를 일부 이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TV조선은 이조차도 어렵다. TV조선은 4월 18일까지 <이것은 실화다>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내보내다 25일부터는 <이것은 실화다 COPS>로 프로그램 구성을 '경찰 사건'으로 살짝 바꿨다.
개편 이전에는 '2015년 3월 10일' '사건번호 2015 고합8****'와 같이 날짜와 사건번호까지 명기하며 실제 사건을 강조하고 변호사의 설명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TV조선에서 방송한 소재에 대한 보도나 법원 판결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개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TV조선 제작진에 문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실제 TV조선이 방송하는 사건들의 내용을 보면 사례를 찾는 것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엽기적인 사건들을 억지로 짜깁기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방송된 사건의 내용은 너무 복잡해서 쉽게 이해를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4월 4일 77회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여고동창생 사각스캔들의 비밀'이다. TV조선의 재연과 내레이션을 기초로 한 사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돈이 많지만 못 생긴 남편인 동원(가명)을 마뜩찮게 여기던 아내 유경(가명), 유경의 여고 동창생인 희선(가명)은 어리고 잘생긴 성일(가명)과 약혼관계이다. 희선은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던 성일을 위해 빚을 내가면서 4년간 뒷바라지했고, 성일은 시험에 합격한다. 한편 유경은 돈 많은 남편 동원과 이혼하기에는 재산을 놓치기 아까워서 실수로 위장해 동원을 살해하기 위한 위험한 계획을 세운다. 국에 못을 넣거나 옥상에서 벽돌을 던지는 식이다. 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급기야 희선과 성일의 관계를 질투하던 유경은 성일을 유혹해 외도를 벌이게 되고, 성일과 희선은 파혼을 한다. 그러자 희선은 복수심에 유경의 남편 동원과의 외도를 조작하고 유경은 동원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마침 유경은 성일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여서 재혼에 이르렀고 동원은 희선과 재혼한다. 몇 달 뒤 동원이 췌장암으로 사망하자 유산 40억은 현재 부인인 희선에게 상속됐는데 유경은 희선에게 소송을 걸어 상속 재산을 받으려 시도한다.
그런데 그 사유가 놀랍다. 재혼 뒤 유경이 임신한 아이가 성일이 아니라 동원의 아이였던 것이다. 성일은 무정자증였음이 뒤늦게 밝혀지는데 희선과 성일은 그 아이가 동원의 아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유경과 동원을 이혼시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이를 숨겼던 것이다.
희선 역시 재혼한 동원이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재산을 노려 병을 치료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난다. 결국 희선과 성일이 모든 일을 사전에 기획하고 벌인 것이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막장'이다. 남편의 재산만 상속받기 위한 부인의 살해 시도부터 친구 부부 간의 불륜과 재혼, 잉태된 아이와 무정자증 및 한 사람의 목숨까지 이용한 재산 분쟁은 통념적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 모든 막장 스토리가 한 편의 에피소드에 모두 얽혀있다. TV조선은 이런 방송을 통해 어떤 '삶의 메시지'와 '교훈'을 찾겠다는 것일까. 게다가 버젓이 '실제 사건'임을 강조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TV조선의 태도는 시청자에 대한 우롱이라 봐야 할 것이다.
심의규정도 '나 몰라라''막장 짜깁기'라는 소재만이 TV조선의 문제는 아니다. MBN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살인 사건 범행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흉기 노출이 TV조선에서 반복됐다. 4월 11일 78회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천재 소녀의 비극: 미국 명문대 합격생의 무서운 비밀'는 가해자가 베개로 눌러 피해자를 질식사시키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다.
18일, 79회 두 번째 에피소드인 '고시촌 숨바꼭질 모녀의 비밀'에서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딸이 깨진 거울 조각으로 어머니를 찌르는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흉기에 해당하는 거울 조각과 선명한 핏자국도 화면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