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용역업체 직원 김아무개씨의 빈소가 있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행진해온 조문객들이 김씨 어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안홍기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용역업체 직원 김아무개씨의 어머니는 명예기관사 자격 부여를 거부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내 아들의) 명예는 국민 여러분들이 찾아주셨다"며 "누명까지 씌워 두 번 죽인 메트로에 절대 입사시키고 싶지 않다"며 흐느꼈다.
4일 저녁에도 구의역부터 건국대학교 병원까지 추모 행진이 이어졌다. 200여 명의 시민, 알바노조 조합원들의 조문을 받은 김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신 감사의 의사를 밝히면서 떨리는 손으로 미리 써온 글을 들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이제까지 와주신 모든 분들, 개인적으로 바쁘시고 힘드실 텐데 이렇게 저희 아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주시는 이 깊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았습니다. 우리 아이의 꿈이 기관사였다는 걸 기억해주신 시민께서 명예기관사 자격은 어떻겠냐고 하셨고 서울시장님께서 유가족이 동의하면 우리 아이에게 명예기관사 자격을 부여하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기자님의 질문에 정말 망치로 얻어맞은 듯 아무 생각이 안 들고 숨조차 쉴 수 없이 심장이 아프고 그저 눈물만 나고, 가만히 두어도 죽어가고 있는 저희에게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저희 아이의 꿈을 이뤄주고자 제안해주신 그분에겐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명예는 국민 여러분들이 찾아주셨잖아요. 기자님들이 알릴 수 있게 도와주셨고,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울어주셨고, 이렇게 시민단체 분들이 찾아오셔서 생각지도 못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께서도 따끔하게 질책해주셨고요. 우리 아이의 명예는 국민 여러분들이 지켜주셨습니다. 저희는 이 명예를 선택하겠습니다. 채 피지도 못하고, 갈갈이 찢겨 비참한 모습으로 죽인 것도 모자라 누명까지 씌워 두 번 죽인 메트로에 절대 입사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자식의 온몸이 부서지고 뒤통수가 뭉개지고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된 채 죽어간 모습이 제 아들이 죽어간 모습입니다. 더 이상 잔인할 수 없습니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엄마 배고파 밥 좀 주세요' 할 것 같은데 다시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만질 수가 없다는 것이, 순간순간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너무나도 그립고 저는 현실이 두렵습니다. 사실 이건 긴 꿈이라고 이제 그만 잠을 깨라고 누군가 저를 깨워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국민 여러분들께서 엄마가 차려주지 못한 생일케이크, 사발면, 밥도 챙겨주시고, 우리 아이가 하늘나라에서는 배고프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위안을 삼아봅니다. 여러분 이렇게 우리 아이를 위해 너무도 큰 도움을 주셨는데 부모로서 드릴 게 없습니다. 그저 고마움의 표시가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의 절을 받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진짜 잊지 않겠습니다."
듣고 있던 조문객들은 금세 눈가가 붉어졌고 이윽고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조문객들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를 외쳤고, "힘내세요!"라며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