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순방 외교에 찬사 보낸 지상파 3사(6/5)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북한에 대한 압박 등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해도 '찬양 일색'인 방송사들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의 행보에 쏟아진 비판과 지적은 송두리째 외면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방문한 아프리카 3개국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수교를 맺은 데다 새마을운동에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아버지의 길 좇기'라는 지적이 있다.
'32년 독재국가' 우간다 방문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비판 여론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방중 등 현안은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지나치게 여유로운 외교 일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도 있다.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에서 전자 결재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은 현재 정국을 경색으로 몰아넣었고 난항을 겪고 있는 20대 국회 원 구성에 청와대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대내외적으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대통령의 순방에 무조건적인 찬양만을 할 수 없는 배경들이다. 이런 지적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방송사들이 대통령을 호위하려는 '충성 경쟁'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6/3~6/5)TV조선 <단독/"메트로가 개조 지시">(6/3, 4번째, 박성제 기자, http://me2.do/GyI4aNns), <단독/월급 부풀려 메트로 출신 위로금>(6/3, 5번째, 조덕현 기자, http://me2.do/5daJHhgN), <144만원 받아 100만원 씩 적금>(6/3, 6번째, 홍연주 기자, http://me2.do/GTfCo1GV)이른바 '메피아'라 불리는 서울메트로의 비정상적인 운영과 억압적인 하청 구조를 드러낸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로 처참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이 달린 안전 관리 업무를 모두 외주화하고 인력 충원, 환경 개선에는 무관심했던 서울메트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방송사들도 일제히 원청업체인 서울메트로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특히 KBS와 JTBC가 서울메트로 퇴직자가 하청업체를 운영한다는 '나눠먹기' 행태, 하청업체에서 간판만 바꾼 자회사의 눈속임, 작업일지 조작 정황 등을 단독보도하며 선도적 태도를 보였다. 참사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난 3일, TV조선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동안의 보도가 서울메트로의 안전 관리 외주화에 집중되었다면 TV조선의 3일 보도는 외연을 확장했다. TV조선 <단독/"메트로가 개조 지시">는 서울메트로가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급유시설을 불법적으로 개조한 특수차 운영을 강요했다고 고발했다. "안전진단도 하청업체에 맡겨, 재하청을 받은 업체가 자체적으로 한 게 전부"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보관함에 넣지 않은 작업 가스통에서 누출이 생겨 일어났던 남양주 지하철역 폭발사고처럼, 불법개조 차들의 급유와 점검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고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역시 원청업체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으로 빚어졌던 남양주 지하철 공사 참사와 연관 짓기도 했다.
다음 보도 <단독/월급 부풀려 메트로 출신 위로금>(6/3)에서는 "서울 메트로의 요구로 하청업체로 재취업한 서울메트로 마피아, 즉 '메피아'들이 받는 월급"은 422만원에 이르는데 "숨진 19살 김군 같은 하청업체 직원이 쉴 새 없이 일해 가며 한 달에 받는 돈"은 144만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한 하청업체에선 '메피아'들이 월급 말고도 위로금을 7억원 가까이 받아간 사실"도 단독으로 폭로했다. 마지막 관련 보도 <144만원 받아 100만원 씩 적금>(6/3)에서는 "144만원을 받으면 100만원씩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었"던 희생자 김 군을 다시 조명하면서 유족들이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제대로 된 원인을 밝히고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6/3~6/5)JTBC <말 바꾼 한민구 "사드배치 의지 분명">(6/4, 5번째, 박성훈 기자, http://me2.do/FdPHUOo7), <사드 배치 입장 선회 배경은?>(6/4, 6번째, 박성훈 기자, http://me2.do/xQIp5RPp)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7차 당대회를 거치며 '핵병진 노선'을 노골화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는 입을 모으면서도 미국이 중국 전자·통신업체 화웨이(華爲)에 북한 등 제재 대상국과 관련된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등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북한 문제를 지렛대 삼아 동북아 주도권을 잡으려는 미중 간 알력다툼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 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하 사드)의 한반도 배치이다.
지난해부터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해 온 중국은 3일 한민구 국방장관이 "한반도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하자 재차 항의했다. 전날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도 한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중국을 압박한 상태였다.
미국의 입장에 따라 우리 국방부의 태도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2일 "한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 "이달 안에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안다"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사드 문제는 양국 국방장관 회담 의제가 아니다"라며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국방장관이 재차 사드 배치 의지가 확고하다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사는 마땅히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국민과 국회를 속이지 말라며 비판하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국방부가 국가의 안보와 경제가 달린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하고 있는 이 상황을 제대로 짚은 방송사는 JTBC뿐이었다. 4일,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것은 SBS, JTBC, TV조선, MBN였으나 국방부의 '말바꾸기'를 언급한 것은 SBS와 JTBC뿐이다. 특히 JTBC는 깊이 있는 분석으로 사드 배치 관련 정세를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JTBC는 먼저 <말 바꾼 한민구 "사드배치 의지 분명">(6/4)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과 엇박자를 낸 지 하루 만에 돌연 전례 없는 분명한 표현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보도인 <사드 배치 입장 선회 배경은?>(6/4)에서는 박성훈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화면을 통해 "지난 2월 한미가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한다고 공동 발표한 문서"를 보여준 박 기자는 당시에는 "사드 배치를 공동 모색한다고 표현"으로 "양국이 협의를 시작한 것임에도 검토 차원으로 표현해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전했다.
"그 전에는 3NO라고 해서, 요청도 없고, 협의도 없고, 결정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우리 국방부의 태도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번에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한 발언은 이례적인 발언으로 그 만큼 준비된 발언이라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발언의 의미를 되짚었다.
이에 전진배 앵커는 한미 간 엇갈리는 입장에 대해 물었고 박 기자는 하루 만에 말이 바뀐 국방부와 한민구 장관의 상황을 다시 짚으면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와좌왕하고 있음을 여러 전문가의 진단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자 전진배 앵커는 "우리는 미국-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다가 입장을 바꿨던 것인데 결국 우리 입장이라는 건 당초부터 없었던 겁니까?"라며 국민을 대신해 질문을 던졌고 박 기자는 "사드 배치 문제는 외교와 국내 국방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서 의문만 커지게 하는 게 국방부의 큰 실책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라고 답했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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