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환 정무수석이 테러방지법 등 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8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일부 참모진 추가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15일 비서실장·정책조정실장·경제수석 등을 교체한 지 24일 만이다. 무엇보다 이는 사실상 20대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마지막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기도 하다. 총선 직후 우병우 민정수석과 함께 쇄신대상으로 꼽혔던 현 수석이 11개월 만에 개편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 수석의 후임으론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됐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제17, 19대 의원과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국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분"이라며 "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역임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그를 소개했다.
이 같은 2차 개편 가능성은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 전부터 제기됐다. 현 수석이 총선 직후 수차례 사의를 표명해왔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쇄신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서 있었다.
이에 박 대통령이 순방 귀국 사흘만에 현 수석을 포함해 미래전략수석과 교육문화수석을 동시에 교체하는 2차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조신 미래전략수석 후임으로 현대원 서강대 교수,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후임으론 김용승 가톨릭대 부총장을 각각 새로 임명했다.
소통 못했던 '실세' 정무수석 교체한 까닭?당장, 주목되는 것은 이번 2차 개편에 담긴 정치적 함의다. 현 수석은 지난 총선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밀리에 접촉하는 등 '공천파동'의 원인 제공자로 꼽혔다. 즉, 그가 물러난 것은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청와대, 총선 패배 책임론'을 일부 인정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이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짜인 20대 국회와의 협조를 위한 교체로도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와 국회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할 현 수석이 임기 동안 오히려 양 측의 갈등을 증폭시킨 것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김종인의 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보낸 박 대통령 생일 축하란을 세 차례나 받기 거부하면서 청와대의 '협량(狹量)정치'만 부각시켰다. (관련 기사 :
뒤끝 작렬?... 박근혜의 '난') 그는 같은 달 국무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정부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국무회의를 국회 상임위처럼 이용하려 하느냐"라고 고성을 질렀다는 논란에도 휘말렸다.
물론 현 수석은 이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고성' 논란과 관련해선 "회의 끝나고 복도를 걸어가면서 딱 이 톤(조용한 목소리)으로 말했는데 (박 시장 측이) 고성이라고 한 것"이라며 "박 시장도 나중엔 '주위 사람이 다 들리게 했다고 하는 등 말이 바뀌었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종인의 난'과 관련해선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이 입당한다고 뉴스가 난 뒤에 란을 보낸다고 해서 앞뒤가 다른 행동이라고 봤다, 화가 나서 보내지 말라고 했다"라며 "그러다가 VIP(박 대통령)에게 시쳇말로 작살났다"라고 설명했다.
즉, 나름의 이유가 있어 그 같은 행동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통'을 중시해야 할 정무수석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현 수석이 야당에게만 '불통'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2월엔 쟁점법안 직권상정 여부를 놓고 정의화 국회의장과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현 수석을 만나 "(선거구 획정 관련)선거법만 처리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노동4법·테러방지법 등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정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밥그릇 표현은 저속하다"라며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