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7월부터 맞춤형 보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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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영아들이 어린이집으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정책 변화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은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줄일 목적으로 전업모의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고 이해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궁색한 변명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맞춤형 보육'은 사실상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앞세운 무상보육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대선을 앞두고 만0~2세 영아들의 보육료 지원을 선언하고, 2013년 만0~5세 무상보육을 전면화했지만, 준비 없는 공약은 매년 파열음을 낳았다. 정부와 지자체 간 보육료 지원 예산을 둘러싼 예산 전쟁이 반복된 데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자체 교육감이 보이콧하는 사태도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예산 전쟁에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보육 예산을 줄이는 방향이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공약 파기의 책임을 지고 반성하는 모습이 옳은 순서일 테지만, 오히려 '맞춤형 보육'이라는 새로운 틀을 들고 나오면서 또 하나의 큰 잘못을 범했다. 그 책임을 애꿎은 전업맘에게 전가한 점이다. 전업맘의 보육시간 제한만으로 맞벌이 가정 아이들의 보육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말 또한 거짓일 수밖에 없다.
3년 만에 접은 무상보육, 이미 예견된 결과그동안 무상보육이 쓴 돈만큼 효과를 내고 있는지, 영아가 장시간 기관에 맡겨지면서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줄어 발달에 악영향을 주진 않을지, 무상보육으로 저출산이나 여성고용률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민간 의존형 보육에 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있는지 등등 무수한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평가 이전에 보육정책이 제 효과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인데다 과한 목적까지 들이대는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무상보육으로 보육예산이 늘긴 했지만, 미래 세대를 키우는 것임에도 사실상 국가 전체 예산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현 보육정책만으로 여성일자리가 늘고,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아동 발달에 만족스러운 보육과정이 이뤄지고, 보육 전달 체계의 공공성이 개선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현실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 복지 공약이 여기저기서 후퇴하는 가운데, 무상보육마저 재단당하고 있다. 전업모 아이들 이용이 많은 어린이집은 보육료 지원 삭감으로 운영 예산이 줄어들어 운영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보육교사 채용이나 임금, 하원차량 운영에 이르기까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대책 없는 이번 정책 시행으로 주변에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속속 생겨나는가 하면, 보육교사 실직 사태 등 2, 3차 피해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육의 질이 나아지기 보다는 더 나빠지리란 사실도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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