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동조합,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 울산지역대책위가 14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4만 하청노동자 노조가입 운동을 선포하고 있다
박석철
이는 맞는 지적이다. 정규직 조합원이 회사 창립 때 혹은 공채로 입사하면서 처음부터 조선업을 숙명처럼 선택한 반면 회사측의 아웃소싱에 따라, 물량의 유무에 따라 들어온 하청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시민사회 등은 이를 두고 "그저 다른 업체, 다른 지역의 조선소를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왔다"고 했다. 또한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갈 데도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는 것은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자리 잡은 파견법 등 법 제도가 그 배경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노조가 유니온숍(입사하면서 자동적으로 노동조합원이 되는 제도)을 적용받는 반면 하청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기업 조선소에 상주하는 수백 수천 개의 하청업체가 유니온숍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결정에 따라 업체가 폐업하면 단결권 한 번 발휘 못하고 운명을 같이 해야 된다.
결국 이번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하청노동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규직노조와 같은 강한 노조를 결성해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아야, 그나마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4만여 명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100~200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 가입률이 0.5%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청노조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가 힘든 것이다.
이같은 저조한 노조가입률은, 그동안 하청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하는 동료들이 해고되거나 구속되는 등 고통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하청노동자들에게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생존권과 권리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남이 해주기만을 바란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왔다.
시민사회 "하청노동자 노조가입 운동 전개"이런 연유로 현대중공업노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선산업 대량해고·구조조정 저지 울산지역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만 사내하청노동자 힘 만들기 운동'을 선포했다. 공세적인 노조가입 운동을 벌여, 하청노동자들과 함께 구조조정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나선 것.
이후 하청노동자들이 그동안 보아온 노조가입에 따른 불이익에 계속 침묵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가 제안한 노조가입 운동에 동참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하청노동자들이 구조조정 광풍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한편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들에게도 구조조정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 회사측이 최근 설계, 용접 등 선박이나 플랜트를 만드는 직접부서 외의 설비보전, 동력 등 간접부서를 분사하겠다고 노조측에 통보하면서다. 이 간접부서에는 정규직노조 조합원 994명이 일하고 있고 전체가 분사대상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노조는 파업을 불사하겟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회사측이 "회사가100% 출자하는 그룹 자회사로의 100% 고용을 보장되고, 자회사 정년 후 희망자는 최대 3년까지 계약직으로 근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노조는 오는 17일 파업 결의를 하고 다음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라 갈등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같은 위기감 고조에 일부 조합원과 회사측 간부는 한결같이 "자생력이 있는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 등 부실기업과 함께 '위기의 조선업' 테두리에 넣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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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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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하청노동자 수만 명, 어떤 길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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