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은 진 싸움? 천만에

[주장] 에너지 민주주의 운동의 축소판, 제주에 주목해보자

등록 2016.06.16 17:48수정 2016.06.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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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의 전력수요가 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가파도가 사실상 세계 최초의 '탄소 없는 섬'으로 재탄생한 가운데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은 2012년 9월 10일 모습.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의 전력수요가 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가파도가 사실상 세계 최초의 '탄소 없는 섬'으로 재탄생한 가운데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은 2012년 9월 10일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 민주주의. 생소한 말이다. 최근에 부쩍 많이 등장한다. 관련 책도 나왔고, 주장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내가 사는 제주에서도 그렇다. 말 그대로 에너지와 민주주의의 결합어다. 에너지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주민)들의 참여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이 왜 나왔을까? 결국 누군가는 뺏기고, 또 누군가는 혜택을 누리는 게 과연 정의로운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작년 11월 11일, 무슨 날이었을까. 이날은 에너지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다. 바로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의 날이었다. 이틀 동안의 투표 결과는 91.7%의 압도적인 반대였다. 물론 현재 정부와 영덕군은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주민투표법상 효력을 발휘하는 전체 유권자의 1/3 투표율에 부족하다는 이유다(당시 투표율 32.5%). 그러나 투표인명부 기준으로는 60%, 부재자를 제외한 총 유권자 대비로는 41%를 기록할 정도로 영덕 주민들의 투표율은 매우 높았다.

당시 영덕 지역사회는 투표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영덕의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라는 목소리를 냈다.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인식하고, 공유하고, 여기에 투표로 의사 표현을 하였다. 핵발전소라는 에너지 문제가 동반되었기에 결국 에너지 민주주의 운동의 확장이었다. 민간주도 주민투표의 특성상 부재자를 제외한다면, 실제 투표율도 41%라는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핵발전소 유치 무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우린 또 하나의 위대한 저항을 기억하고 있다. 바로 밀양 할매, 할배들의 초고압 송전탑 반대 투쟁이었다. 7년 동안 주민 2명이 스스로 생명을 던졌고, 수백 명이 입건까지 될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결국 2년 전, 공권력의 강제 행정대집행으로 송전탑은 끝내 건설되었다. 하지만 이후 한전이 신울진-신경기 765㎸ 송전선로 사업을 포기하였고, 야간 행정대집행 제한 법안도 만들어졌다. 더불어 지금도 주민들은 한전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끝까지 싸우고 있다. 밀양 할매와 할배들, 그리고 함께 연대한 분들을 존경한다.

이런 반면에, 우리는 최근 매우 나쁜 소식을 접했다. 이명박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4대강 공사에 에너지 공기업들을 무분별하게 동원해 부채가 급증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써 국민들의 빚이 또 쌓여간다. 결국 축소와 폐업을 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에너지 분야 또한 민영화 수순을 밟거나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도 있다.

이렇듯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시민(주민)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에너지 정책과 산업은 전문적이고 큰 자본이 들어가다 보니 엘리트들이 밀실에서 추진한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에너지 민주주의 운동은 중요하다. 더불어 이 운동은 과정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간다.

예를 들면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는 핵발전소를 없애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 대안으로 지역 분산형 에너지를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지역별로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확대해야 한다. 결국 자기 동네가 쓸 것은 지역에서 만들어 쓰는 게 가장 최우선 과제이다.


이제 제주도로 눈을 한 번 돌려보자. 왜냐고?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체제의 미래 축소판이 어찌 보면 이곳 제주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분단된 섬나라다. 제주도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6.3%였다.(46억㎾h 중 2억9천900㎾h) 또한 추가로 화력과 핵발전소 건설이 아니라, 지역분산형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제주도 모델이 결국 몇 년 뒤 육지 모습이기에 제주의 에너지 민주주의 운동의 확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 제주도가 잘하고 있는지 한번 보자. 제주도정은 현재 카본프리아일랜드2030 정책을 펼치고 있다. 즉, 2030년에는 탄소가 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그 내용이 달라진다. 2008년, 2012년 발표 때와 2015년이 다르다. 2012년 발표 때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로 채우겠다더니, 작년 발표 때는 약하게 궤도를 수정했다. 중요한 에너지 정책이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 기술적으로 너무 무리한 목표 설정이었다. 또한 예산 확보도 제대로 안 되면서 장밋빛 선전만 앞세웠다.


최근엔 제주 풍력, 즉 바람에너지 공유화에 대한 주장도 있다. 현재는 에너지 개발이익이 에너지 기업에 크게 돌아간다. 제주도민의 이익은 없다. 해당 마을 주민들에게 약간의 보상금이 주어지고 있지만, 전체 도민을 위한 것은 아니다. 또한 에너지 기업이 중산간 지역이나 바다에 무분별한 막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이처럼 하니 풍력발전 개발대행회사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결국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확장과 제주에 부는 바람은 제주의 공동 자산이 되어야 한다. 

결국 제주에서 에너지 민주주의 운동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앞서 봤듯이 제주는 우리나라 에너지 체제의 하나의 축소판이자 미래 모습이다.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한 시민(주민) 참여가 에너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 지역 에너지 자원 이익은 지역에 환원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확장되어야 한다. 제주에서 부는 바람은 제주도의 공동 자산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이현정 씨는 현재 꽃씨네농작물 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에너지 #에너지 민주주의 #제주 에너지 #탄소 없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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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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