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자극 보도, 경상도에서 큰싸움 벌어질 판

[신공항이 뭐길래③] "유치 실패시 지역민 박탈감 어쩔 건가?"

등록 2016.06.20 17:17수정 2016.06.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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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방송사인 부산MBC는 2016년 방송비전을 '신공항은 가덕도 부산은 세계로!'로 정했다.
지역 방송사인 부산MBC는 2016년 방송비전을 '신공항은 가덕도 부산은 세계로!'로 정했다. 부산MBC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로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이 말을 영남 지역 언론의 신공항 관련 보도로 바꿔보면 어떨까. 아마 "신공항 입지는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쯤으로 바꿀 수 있을 듯하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가 바짝 다가오면서 지역 언론의 신공항 관련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보도가 자기 지역에 유리한 일방적 주장을 싣는 반면, 상대측의 논리는 진지한 검토 없이 깎아내리는 데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언론들의 대리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신공항 전쟁은 지난 17일에도 이어졌다. <부산일보>는 연일 '신공항 안전이 답이다'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정부의 입지 용역에 대한 불공정성을 거듭 제기했다. 특히 이날은 부산 가덕도의 경쟁 후보지인 밀양 하남읍 르포 기사를 통해 "이 일대 주민들은 생계는 물론이고 공항 위험성에 대한 걱정으로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권 신공항의 부산 가덕도 유치를 해외 주요 도시들도 지지하고 나섰다"는 보도도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일본의 후쿠오카와 시모노세키, 나가사키, 대만의 가오슝 등이 부산의 신공항 유치를 응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들 도시는 모두 부산의 자매도시이거나 우호협력도시이다.

유불리에 민감한 지역 언론, 비판 의견은 '외면'

 15일 <부산일보>는 입지 선정 용역과 관련해 "정부의 전향적 자세 변화가 없다면 서병수 시장의 다음 행보는 불복 선언이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15일 <부산일보>는 입지 선정 용역과 관련해 "정부의 전향적 자세 변화가 없다면 서병수 시장의 다음 행보는 불복 선언이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부산일보

부산과 경쟁하는 다른 지역의 신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날 <경남신문>은 "가덕 후보지 곳곳에 안전 위험 요소"라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가덕도가 신공항의 입지로 맞지 않는다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대구·경북 지역신문인 <매일신문>도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 지자체가 낸 공동 보도자료를 인용해 "철새 도래지 1km 이내에... 가덕도 공항이 더 위험"이라는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이는 전날 부산지역 생태·환경학자들이 '밀양이 신공항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박성 기사였다. 

<영남일보>는 "(부산 학자들이) 밀양 신공항 후보지가 가덕도 후보지보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발생 가능성이 높고, 논 습지 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된다고 억지 주장을 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언론은 신공항 건설로 나타날 환경파괴 등의 우려를 전하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지난 8일 부산 녹색당은 "(신공항은) 지역의 정서나 표를 의식하여 감정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명백히 아니다"라면서 "현실적 필요성보다는 한국의 재벌기업과 토건 연합세력이 합작하여 진행하는 낭비적인 환경파괴 사업으로 기록되면서 항공교통 분야의 또 다른 4대강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이에 침묵했다. 

"신공항 유치 안 되면 큰일 날 것처럼 보도"

 16일 대구경북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은 사설에서 "부산이 격렬한 행동을 그만두고 이성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편다면 지역 갈등이나 국론 분열 같은 말이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 대구경북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은 사설에서 "부산이 격렬한 행동을 그만두고 이성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편다면 지역 갈등이나 국론 분열 같은 말이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일신문

일방적 보도 경쟁의 이면에는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로비가 밑바탕이라는 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지 기자는 "시로부터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신공항 기사를 다루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회사에서도 신공항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룬다는 방침을 정하고 기자들에게 기사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언론에 낸 광고를 두고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16일에는 부산시가 타 영남 지자체가 중앙지에 신공항 관련 광고를 내보낸 것을 두고 "세몰이를 통해 신공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폭거적 발상"이라 비난하는 대변인 성명을 이례적으로 내기도 했다.  

언론사 간 경쟁이 과열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이어지기도 한다. 17일 대구시는 각 언론사에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밀양 유치 실패 시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면서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언한 적이 없음을 알려드리오니 향후 동일한 기사가 보도되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급히 보냈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언론이 선수로 나서서 캠페인의 주체가 되고 있다"면서 "언론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신공항 유치가 안 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보도하지만, 유치에 실패했을 때 지역민의 박탈감을 책임질 순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신공항이 뭐길래①] 신공항으로 재미 본 대통령, '텃밭 레임덕'은 몰랐나
[신공항이 뭐길래②] 밀양과 가덕의 '신공항' 기싸움, 입지조건 따져보니
#신공항 #가덕도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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