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검찰이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현직 검찰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 등지를 21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이날 정 대표와 금품거래 의혹이 불거진 박모 검사의 주거지와 서울고검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일선 검찰청에서 부장검사를 지낸 바 있는 간부급인 박 검사는 정 대표로부터 2010년께 1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박 검사에게 전달해 달라는 취지로 C씨에게 1억 원을 맡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지하철 상가 운영업체인 S사의 사업권을 매수하며 사업 확장을 추진했고, 감사원은 서울메트로가 S사를 운영업체로 선정한 과정을 감사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감사원의 감사를 무마하려는 의도로 감사원 관계자의 고교 후배인 박 검사에게 청탁성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C씨는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은 뒤 석방됐다.
검찰은 C씨가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박 검사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조사 시기와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박 검사는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상습도박 사건으로 수사·재판을 받았던 정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에서 브로커 역할을 맡은 이민희씨가 수배 상태에서 일선 검찰청의 A 차장검사와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수사를 피해 잠적했던 올해 2월께 A 차장검사에게 차명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검찰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취지로 얘기했다.
A 차장검사는 구체적인 대화를 꺼리면서 이씨에게 "빨리 자수해서 조사를 받는 게 좋겠다"는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차장검사는 검찰 재직 당시 상사였던 홍만표 변호사의 소개로 이씨를 알게 됐고, 1년에 몇 번 정도 안부 전화를 나누는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은 최근 A 차장검사에게 전화로 확인을 구해 이 같은 통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A 차장검사가 홍 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개입했거나 이씨의 도주에 관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범죄 혐의점이나 징계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의 통화내역에 나오는 검사는 A 차장검사 외에 없지만 그렇다고 이씨가 다른 검사를 접촉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현직 수사기관 관계자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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