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의 이삭귀개손톳크기도 안되는 작은 꽃을 피운다.
이경호
하지만 전국적으로 귀한 희귀식물이었던 이삭귀개 땅귀개가 월평공원에서는 특이하게 산책로 옆에 그냥 자라고 있었다. 다행히 월평공원 산책로는 4계절 물이 마르지 않게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햇빛이 잘 드는 지형이었다. 때문에 이삭귀개가 번식하고 있었을 게다.
이삭귀개와 땅귀개가 서식하는 월평공원은 이 밖에도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봄이면 다양한 양서류와 다양한 새들과 곤충, 웅창한 살림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법적보호종도 다양하게 서식하면서 명실상부한 대전의 자랑거리이다.(참고 :
"월평공원·갑천 구간, 대전시 가치 높이는 큰 자산" 이런 월평공원에 관통터널(이하 동서관통도로) 건설계획이 가시화되면서 대전지역에서 심각한 갈등을 불러왔다. 생태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환경단체들을 주축으로 07년~10년 3년간 대전지역에서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건설을 강행하려는 대전시와 막으려는 시민사회, 환경단체가 팽팽하게 맞서며 이삭귀개와 땅귀개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참고 :
"월평공원 관통도로 유보하라"... 주민들 단식농성 돌입)
사업 시행자였던 LH와 대전시는 이삭귀개와 땅귀개가 논란이 되자 이식을 통해 종을 보존전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이삭귀개와 땅귀개 이식 등의 몇가지 조건을 달아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켜주었다.
이전까지 이식 사례가 없는 이삭귀개와 땅귀개는 2009년 월평공원의 다른 계곡과 금정골 계곡 상류지역 중 3지역을 선정하여 옮겨졌다. 인위적으로 물이 공급되지 않아도 물이 있으며, 햇빛이 드는 지역이 있었다면 이삭귀개는 이미 서식하고 있을 거라며 불가하다는 반론은 무시되었다. 옮겨봐야 실패할 거라는 환경단체의 예상은 슬프지만 정확하게 맞았다.
서식처 토양층 약 15~20cm를 통으로 퍼서 이식한 이삭귀개와 땅귀개는 2011년까지 1개~10개 내외의 꽃이 확인되었다. 2012년부터는 이삭귀개 서식처라는 푯말과 경계만 덩그러니 위치하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삭귀개와 땅귀개는 월평공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시행자와 환경부 등 관계기관 합작품이었던 식충식물 이식은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다. 자연의 이치가 현재 기술로 해결이 안되는 불가능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