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연합뉴스
영국에서도 진영 내에서 브렉시트에 대해 판단이 갈렸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케머런 총리는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끝"이라며 브렉시트를 반대했지만, 같은 당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유럽연합이 탈퇴를 막으려는 것은 히틀러와 같다"며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이는 좌파 진영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유럽연합이 약소국을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등 "경제적 제국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어떤 면에선 유럽의 선진적인 제도가 자본가들이 원하는 경제적 자유화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과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했지만, 사회주의노동자당, 공산당 등 원외 극좌 정당들은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특히 좌파 진영의 맏형 격인 노동당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이탈'이 심각했다. 노동당의 지도부와 다수는 후폭풍을 우려하며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투표 결과 일부 노동당의 텃밭 지역에서 브렉시트가 다수로 나오는 등 이탈이 심각했다. 당내 일각에선 브렉시트에 투표한 노동당 지지층이 대략 3분의 1 정도로 보고 있다.
의견이 갈린 이유는, 유럽연합이 일종의 '악'인 것은 변함없지만, 탈퇴를 감행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직후 파운드화의 가치가 1985년 이래 최저가로 떨어진 것과, 영국 주가가 당일 10% 하락한 것을 보라.
그 외에도 다른 유럽 연합 국가에서 발생한 약 200여만 개 영국인의 일자리와 사회보험제도 적용의 문제와, 항공협정 등 각국과 맺은 78개 조약에 대한 재협상, 유럽연합 지침에 기반해 만들어졌던 법률 재정비 등 문제는 산적해 있다. 유럽연합의 지침은 영국 노동자에게 출산휴가, 비정규직 지원, 유급휴가를 보장했다. 스코틀랜드 국민당의 조지 케레반 하원의원도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 정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라고 평가한다(참고자료 참고).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럽연합이 경제적 자유화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연합 하에서 철도의 국영화는 불법이다. 때문에 영국의 철도노조는 브렉시트에 찬성한다.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범대서양 자유무역지대(TAFTA)'으로 영국의 국민의료보험이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으로 인한 강제적인 제정 긴축과 영국이 4년간 유럽연합 분담금으로 선지불한 566억 파운드(약 91조 원)의 막대한 금액도 감안해야 할 대상이다. 같은 금액을 다른 방향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영국 좌파진영 내에서의 고민은 영국이 유럽연합에 의해 피해를 보면서도 계속 같은 배에 남아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자폭하면서라도 배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할 것인가였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를 비롯해 당내의 좌파적 인사들이 브렉시트를 반대하면서도 유럽연합의 민주적 개혁을 주장한 것은 탈퇴 후유증과 잔류시 문제점을 모두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브렉시트는 긍정과 부정을 일방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유럽연합에 남을지, 탈퇴할지는 위에서 언급한 쟁점들을 얼만큼 강조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선택은 후자였다. 영국의 연합왕국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스코틀랜드는 자치 정부 수반이 나서 독립투표 재실시를 추진하고 나섰다. 지브롤터는 스페인에,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합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영국과 관련된 정치적 분쟁이 일거에 해결될 양상이다. 그러나 자폭과 함께, 세계의 3천조 원에 달하는 증시가 사라졌으며, 유럽연합 각국에서는 탈퇴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과 금융가에 '한방'을 먹인 것 또한 틀림 없는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