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김무영 할아버지가 그렸다.
신광태
"가난 때문이었죠.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닌 게 전부예요."강원도 화천 사내면 광덕3리에 사시는 김무영(77) 할아버지는 '미술을 전공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사진만 놓고 이렇게 정교한 묘사가 가능할까. 명암 배치나 원근감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거란 내 생각을 뒤집었다.
"인민군 얼굴을 그려줬더니, 그렇게 좋아하더라고..."한국전쟁 당시 김 할아버지는 11살이었다. 인민군들은 두려운 존재였다. 수가 틀리면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했다. 자신도 살고 부모도 살릴 방법을 생각했다. 몰래 무섭게 생긴 한 인민군 얼굴을 그렸다. 그러자 그들은 앞다투어 줄을 섰다. "당시 변변한 카메라 하나 없던 시절이라 자신과 똑같이 그려주니까, 좋아했던 게야." 김 할아버지는 당시 상황을 그렇게 회상했다.
"그땐 묵묵히 계시던 아버님이 6.25가 끝나자, 화를 벌컥 내시는 겁니다."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았다. 잘 그린다는 말을 들을 땐 으쓱해지곤 했다. 인민군을 그려주고 목숨을 부지했다는 수치 때문일까, 휴전 후 아버지는 그림을 그리는 아들을 못마땅히 여겼다. 아이가 가지고 있던 연필과 종이를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