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조선일보의 '오보'와 이를 받아 쓴 KBS, TV조선
민주언론시민연합
KBS와 TV조선이 이 보도들에서 특조위를 비판한 대목은 특조위의 보도해명자료를 읽어보기만 해도 모두 반박되는 내용들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특조위는 '공무원 여비 규정'(대통령령) 등 관계 규정을 준수했으며 좌석은 모두 이코노미석을 기준으로 예산을 책정했다.
"서적이나 논문 등으로 현지 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데, 지나치다"는 정부의 입장도 진상규명의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에 불과하다. 특조위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입수·분석되지 않은 유관 해외 자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권위 있는 해외 전문가를 초청하는 데 난점이 있어, 직접 해외를 방문하여 면담하고 필요시 해당 국가의 시설․장비․콘텐츠를 활용하고자 해외출장조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영국 : 위성 AIS 데이터 및 선박 AIS 데이터의 확보 및 분석 관련" 등 5개 국가의 출장 목적까지 명시했다. KBS와 TV조선이 '특조위 해외출장 예산 과다'를 보도하기 전에, 이러한 특조위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확인한 것인지, 또는 확인을 해놓고도 무시한 것인지, 기본적인 취재 윤리가 의심된다.
KBS와 TV조선은 세월호 참사 특조위 출범 이후 지금까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진상규명을 막은 정부·여당과 항상 보폭을 맞춰왔다. 특조위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23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특조위 내부 문건을 청와대 및 새누리당으로 유출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나 두 방송사와 보수언론은 철저히 침묵했고 같은 해 4월, 수사권·기소권을 쏙 빼면서 특조위를 사실상 관제기구로 만든 누더기 시행령에도 이들은 침묵과 옹호로 일관했다.
특조위 구성이 시작된 2015년 1월부터는 조직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며 '세금 도둑' 발언이 나왔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조류독감 등에 비유하며 '대형 참사'를 '사고'로 축소하기도 했는데 KBS와 TV조선은 이 '세금도둑' 프레임을 그대로 차용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23일 특조위가 '청와대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조사'를 의결했을 때는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 7시간 조사'라며 대통령을 호위하고 나선 청와대 및 여당의 입장만 받아썼다. 반면 이들은 세월호 참사 1, 2주기와 특조위의 청문회는 철저히 외면했고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쓰일 철근이 과적돼 있었다는 사실도 은폐했다.
KBS의 경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러한 '적대적 보도'의 배경이 드러나기도 했다.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7개 언론단체가 공개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의 녹취록은 참사 당시인 2014년 4월, 청와대가 공영방송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노골적으로 개입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시곤 당시 KBS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까지 직접 개입했고 "하필이면 대통령이 오늘 KBS를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KBS가) 지금 그렇게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는 등 김 전 보도국장을 압박했다.
심지어 "뛰어내리라고 했는데 안 뛰어내렸다고 그걸 가지고 조져대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며 희생자들에게 죽음의 책임을 떠넘기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청와대의 압박에 따라 KBS 보도가 왜곡되기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304명의 국민이 희생된 참사마저 은폐하기 위해 언론 보도에 개입한 청와대의 패악과 청와대 뜻에 발맞춘 KBS의 '권언유착'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KBS와 TV조선은 권력의 비호 아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 TV조선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성폭행 가담>(6/28, 6번째, 조새해 기자)- TV조선 <고교생 4명 또 집단 성폭행>(6/29, 18번째, 김지원 기자)- TV조선 <'22명 성폭행' 1년간 설득>(6/29, 19번째, 이다솜 기자)- MBN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성폭행'>(6/28, 10번째, 조창훈 기자)지난 5월 21일 발생한 전남 섬 마을 성폭행 사건부터 6월 13일부터 연이어 터진 가수 박유천 성추문까지, 연이어 충격적인 성범죄 이슈가 터지자 많은 언론사들이 '황색 저널리즘'의 민낯을 드러냈다.
헤럴드경제의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 속 3명의 정액…학부형이 집단 강간>이라는 야만적인 보도 제목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종편 방송사들은 더 심각했다. TV조선, 채널A, MBN은 성범죄를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는 재연과 삽화를 반복 사용했고 유흥업소 등 범죄 현장을 굳이 화면에 담는 집착을 보이며 '관음증적 보도'를 일삼았다.
민언련은 이런 행태를 수차례 지적했으나 이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성폭행을 연상시키는 불필요한 삽화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제재가 시급한 수준이다.
6월 28일과 29일, TV조선과 MBN이 '관음증 보도'를 쏟아낸 사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교생 22명이 중학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5년 만에 전말이 드러나고 가해자들이 구속되면서 조명을 받았다.
이를 보도하면서 TV조선과 MBN은 2차 가해에 가까운 삽화를 사용했다. TV조선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성폭행 가담>(6/28)은 맥주를 들고 있는 두 여학생에게 "학교에 얘기하겠다"며 협박하는 가해자의 모습, 그리고 쓰러진 두 여학생 주변으로 나뒹구는 술병과 가해자들을 그림으로 보여줬다. 이 그림은 다음날 사건 해결의 주역인 경찰관을 인터뷰한 <'22명 성폭행' 1년간 설득>(6/29)에서 또 사용됐다.
MBN은 삽화의 수위가 더 저급하다. MBN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성폭행'>(6/28)에 삽입된 삽화는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들 주변에 나뒹구는 술병, 야산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들, 그리고 둘러싸고 지켜보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했다. 심지어 이를 카메라 앵글이 한쪽에서 시작해 다른 쪽까지 훑어가면서 현장감을 극대화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한 남학생이 자신의 하의를 추스리는 뒷모습까지 묘사됐다. 그림으로 성폭행을 재연한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다른 사건은 전북에서 일어난 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학교전담경찰관 사건이다. TV조선 <고교생 4명 또 집단 성폭행>(6/29)은 전북의 고교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모텔에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피해자와 그를 둘러싼 가해자들의 덮치려는 듯한 몸동작을 삽화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