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상 정의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5월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공원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 민주대행진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우성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1543년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고대부터 전해온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을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로 뒤집은 사건이다. 그 후로 사람들은 근거가 있고 가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부른다.
심 의원의 살찐고양이법은 우선 가치가 있다. 심 의원은 "불평등 해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는 가치관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경제주체들이 받는 임금의 최고점(최고임금)과 최저점(최저임금)을 연동해 국민경제의 균형성, 적정한 소득 분배 유지, 경제력 남용 방지를 규정한 헌법 119조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연재 1편에서 살펴봤듯 사람들은 '물가'를 공통적으로 걱정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아 먹고살기 힘드니 최저임금을 인상해달라는 노동자든,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스럽지만 물가를 잡으면 먹고 살만해지지 않겠느냐는 자영업자든 마찬가지다. 결국 둘 다 '소비자'라는 이중 신분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물가 결정의 주도권은 원청-하청 관계, 유통 구조 최상층에 위치한 대기업이 쥐고 있다.
심 의원의 살찐고양이법은 다수가 주도권도 없는 '물가'에 주목하며 제자리를 맴돌 때 '분배'를 바로 건드린다. 물가는 언제든 오르내린다. 그러나 물가가 얼마든 사람들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있어야만 소비를 할 수 있다. 구매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분배'부터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회가 분배할 수 있는 경제 과실은 한정돼 있다. 한 쪽이 과도한 몫을 챙겨가면 다른 쪽이 쪼들리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분배'보다 앞서는 게 있다. 분배의 근거다. 한 쪽이 과도한 몫을 챙겨간다는 걸 증명해야 재분배를 할 수 있다. 심 의원은 "OECD 국가들의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 평균 (임금 격차는) 5~7배인데 반해 한국은 11배가 넘는다"는 근거를 든다. 또한 "2014년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의 보수는 일반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180배다. 323개 공기업 중 이사장의 연봉이 1억 5천 만 원을 초과하는 곳도 130곳이다"고 덧붙인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 의원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민간 대기업 임직원은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고위공직자는 5배를 넘지 말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또한 "이를 초과하면 부담금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그 수입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 사업 등에 사용하자"고 덧붙인다.
OECD 평균과 비교해 곧바로 한국의 상위 10%가 과도한 몫을 챙겨간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건 덜 섬세하고, 또 왜 구체적인 수치로 30배, 10배, 5배가 상한선이어야 하는지 불분명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한국의 임직원, 고위공직자들이 선진국들에 비해 대단한 생산성을 갖췄다는 데 동의할 만한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또한 정치인은 구체적 수치를 정확히 맞추기보다 '정책의 방향성'의 물꼬부터 트는 게 주된 일이다. 따라서 심 의원은 좋은 발상의 전환, 즉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