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지은이 최광진 / 펴낸곳 미술문화 / 2016년 6월 25일 / 값 18,000원
미술문화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지은이 최광진, 펴낸곳 미술문화)은 2015년, 91세에 사망한 화가 천경자가 살아간 일대기이자 그의 작품에 드리운 그림자 같은 사연, 배경 음악 같은 곡절들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대개의 사람들, 더구나 여자로 태어난 사람들 일생이 그러하듯 천경자의 삶 또한 한많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창씨개명을 해야 하고, 결혼을 두 번한 여자의 삶, 덜 깨고 덜 열린 사회에서 여자가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는 건 어쩜 당연한 시련이며 고난의 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건 천경자가 언제 태어나,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어떤 인연으로 결혼을 하고,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그린 일대기라기보다 '희대의 진위 논란, <미인도> 진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부록, 63쪽에 걸쳐 밝히고 있는 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천경자는 천경자가 그렸다고 알려진 <미인도>를 자신은 그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천경자는 자신의 작품을 자식에 비유하곤 했었습니다. 그만큼 혼신을 다해 그려낸 작품들이었기에 천경자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그린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금방 구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인도를 처음 본 천경자는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검은 그림자 같은 권모, 음흉한 미소 같은 술수그러자 국립현대미술관 전문가들은 천경자를 자기 작품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화가로 몰았습니다. 졸지에 자기 자식도 몰라보는 엉터리 어미 꼴이 된 천경자는 활동을 중지합니다.
제자의 의견이 위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자 관장은 "가짜를 그리는 사람이 큰돈이 안 되는 그림을 위조하겠느냐"라고 하며, "나보다 천 선생 그림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느냐고"고 제자의 의견을 일축했다. 이 관장은 진품 의견에 동조한 동산방 대표에게 서류에 도장을 찍을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도장은 안 찍겠습니다"라며 거절했다. - 198쪽
물론 왜곡된 소문들 때문에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천경자 회고전을 치르고 천경자 평전을 쓴 연구자로서 나의 기준에서 보면 <미인도>는 위작이다. - 249쪽
무리들이 <미인도>를 진품화하려는 과정은 검은 그림자 같은 권모, 음흉한 미소 같은 술수가 반복되는 연속입니다. 위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의견은 권력으로 뭉개고, 여론이 갖는 관심은 무관심해지기를 기다립니다.
그들이 어떤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해 가는 여러 경우와 과정을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미인도>의 진위를 가늠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1995년, 천경자 회고전 큐레이터를 맡으면서 20년 가까이 천경자를 알고지낸 저자가 밝히는 천경자의 삶은 알록달록하게 찬란한 고독이며 승화된 한으로 채색된 아름다움입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미인도> 사건의 실체는 천경자가 살아온 삶을 제대로 새겨 볼 수 있는 투시경, <미인도>에 드리워 있는 진실을 얇지만 두툼하게 기록하고 있는 길라잡이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천경자 평전 -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최광진 지음,
미술문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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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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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쪽에 걸쳐 "천경자 <미인도>는 위작"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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