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갑남
7월에 나는 과일 중에 노란 살구가 있습니다. 요즘이 제철입니다. 우리 집 살구나무에도 살구가 익었습니다.
우리 살구는 아주 시원찮습니다. 꽃피고 나서부터 진딧물이며 각종 벌레에 시달렸습니다. 양도 적고, 달린 것도 벌레 먹은 게 태반입니다. 벌레 먹은 살구는 죄다 떨어집니다. 아직 나무에 달린 것은 쓸 만한 게 있습니다.
살구 몇 개 따다 참 희한한 곤충을 발견했습니다. 생전 처음 본 곤충입니다. 암컷으로 보인 녀석이 수컷을 '어부바'했습니다.
나는 대번에 알아차렸습니다.
'녀석들, 백주 대낮에 사랑의 행위라도 펼치려나 보네!'녀석들 포즈는 영락없는 짝짓기 자세입니다. 녀석들 입에서 '우리 지금 결혼해요!'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짝짓기 자세에서 두 녀석은 금세 한 몸이 됩니다. 내 휴대폰에 녀석들의 '사랑'이 순간 포착되었습니다.
곤충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짝짓기를 우리 살구나무에서 목격하다니! 나는 어떤 전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이 녀석들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검색을 통해 '벚나무사향하늘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에서 은은한 사향 냄새가 나는 벚나무사향하늘소벚나무사향하늘소는 벚나무류 즉,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등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녀석들이 사는 나무는 수액이 흐른다고 합니다. 우리 살구나무에도 찐득한 수액이 보입니다.
벚나무사향하늘소 몸길이는 30mm가 넘습니다. 몸은 검은색 광택으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앞가슴 등판에 붉은 목도리를 두른 것 같은 강렬한 색이 인상적입니다. 몸 색깔과 같은 더듬이는 무척 깁니다. 시각보다 촉각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듯 싶습니다. 수컷은 암컷보다 몸집은 작으나 더듬이는 더 긴 게 특이합니다.
만지면 몸에서 은은한 사향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사랑의 행위에 방해가 될까 만져보지 못했습니다. 사향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궁금합니다.
녀석들의 본능의 세계는 이러할 것입니다.
성충 암컷의 뱃속에는 많은 알이, 또 수컷의 몸속에는 정자가 들어있을 것입니다. 녀석의 세계에서도 짝을 만나 사랑의 행위를 하게 되고, 수컷의 정자가 암컷의 알에 전달됨으로 수정이 이뤄지고, 종족은 보존될 것입니다.
나는 두 녀석들의 행위를 한참이나 흥미있게 훔쳐봅니다.
자연이 벌이는 사랑의 행위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사랑이라는 것을 곤충의 세계에서도 느껴봅니다.
자연의 세계는 참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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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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