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전 읽어주시던 묘비글이...

지적장애1급 송호현씨, 한자능력시험 4급 통과

등록 2016.07.25 20:42수정 2016.07.2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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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이 중국어 관광가이드를 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믿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충남 예산군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실 이용자 송호현(27, 지적장애 1급, 사진)씨는 2013년부터 한자능력검정시험에 계속 상향 도전해 지난 8일 드디어 4급자격증을 취득했다. 8급부터 시작한 민간자격과정의 마지막 단계다.

 <무한정보>
<무한정보>장선애
송씨는 다음달 27일 예정된 전문가과정 3급 공인자격을 목표로 더 높은 단계의 한자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한자에 대한 송씨의 남다른 능력을 발견한 것은 주간보호실 담당 최경순 사회복지사다.

"호현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되지 않아서 처음 만났어요. 남다른 부자관계였기에 상실감이 더 컸던 호현씨가 영 마음을 열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죠. 어느날 모르는 한자를 찾아보고 있는데, 호현씨가 그 한자를 알려주길래 다른 복잡한 한자도 보여주니 모두 맞추더라구요."


알고보니 송씨의 아버지가 생전에 아들과 다니며 묘비에 새겨진 한자와 간판들을 읽어줬던게 실력으로 쌓인 것이라고 했다. 이후 송씨는 최 복지사의 한자공부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과정을 통해 부친 사망에 대한 슬픔도 극복했다.

송씨는 첫 자격증 시험에서 문제를 풀지 않고 딴청을 피워 탈락했지만, 이후 시험부터는 규칙을 완전히 이해해 문제를 다 풀고도 시간이 남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보였다.


장애 특성상 한자 뜻풀이 문제에 한계가 있음에도 송씨는 평일 하루 4시간씩 한자공부에 매진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험에 통과할 때마다 가족들이 격려해주고 주위에서 축하해준 덕분에 송씨의 자신감과 성취감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3급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인근 대학 평생교육원 중국어 관광가이드 과정에 등록할 예정이다. "중국어 관광가이드가 돼 엄마에게 효도하는게 꿈"이라는 송씨를 위한 계획이다.

"호현씨는 사회성이 좀 부족할 뿐 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적장애라는 아픔에도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호현씨를 보고 삶이 힘들어 좌절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옆에서 최 복지사의 이야기를 듣던 송씨가 가만히 웃는다.

"한자 공부가 재미있다"는 송씨에게 "3급 합격하면 또 만나자"고 하니,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도전 #지적장애 #한자능력시험 #송호현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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