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입맛을 배려한 동양식 돼지고기찜. 간간한 양념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이성애
집의 기본 뼈대가 되는 부분은 200년이 넘었고 근래에 들어 부엌, 방 등을 증축했다고 했다. 공간은 아주 넉넉하게 꾸며졌고 4개의 방도 넓고 쾌적했으나 듣던 대로 정말 사치를 모르는 소박함이 배어있다. 아래층 거실엔 에버하드의 삶이 담긴 LP판과 서적들이 많았고 부엌은 정원으로 나가는 옆에 있으며 식사하는 공간과 조리하는 공간이 큼직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건물은 큰 황토벽돌과 나무가 주재료이고 가구도 거의 원목가구였다. 식기는 거의 사기종류였는데 요즘 한국 몇몇 주부들이 소장하고자 애쓰는 '화려한 유럽 식기'는 없었다.
첫 날 식사에서 아이들에게 고기와 밥 야채를 할당해서 주며 영양가를 맞춰 골고루 먹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나의 자녀 양육법에 대해 웃는 미소와 따뜻한 눈빛으로 긍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버하드는 표면적으로는 태양광 에너지만을 쓰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웃국가의 핵발전소에서 만든 에너지를 수입한다는 말을 하며 독일 정부를 비판했다. 옆 집에 사는 농부는 월급을 받는다며 독일의 농업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구드운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대부분 구드운에게 져주는 모습이 귀여웠고 서독으로 이주하며 전문직을 잃게 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곱디 곱게 키웠을 큰 딸이 아일랜드계 독일인 사위와 이혼하는 상황에 대해 엄마인 구드운은 사위를 원망하는 말을 했고 에버하드는 말을 멈췄다. 비판적이고 냉철한 지식인 부모도 자식에 대해선 쿨할 수 없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인가 보다. 딸만 둘인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나 또한 구드운의 모범따라 내 자식은 일단 감싸고 사위 욕을 실컷 해야겠다.
"교양? 고상? 합리적 판단? 나부랭이가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