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사측은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한데 이어 다음 달 1일 경비용역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노조는 29일 결의대회를 갖고 31일 공장에 집결할 계획이다.
지유석
갑을오토텍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 사측이 지난 26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제조공장의 폐쇄를 단행한 데 이어 오는 8월 1일 경비용역을 배치할 계획이 알려지면서입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는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29일 오후 결의대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경비용역 배치 전날인 31일 저녁을 기해 공장에 집결해 용역을 막을 계획입니다. 다른 시민단체의 연대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한국진보연대 등 81개 시민사회단체는 '갑을오토텍 용역투입 중단을 위한 아산경찰서와 특전사협회에 보내는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및 호소문'을 통해 "헌법과 여러 국제인권문헌에 써 있듯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무엇으로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며 경비용역 배치에 반대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사실 전 갑을오토텍 공장이 제가 사는 천안과 가까이 있다는 점만 빼면 아마 평생 이 회사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단지 '지역 연고'만은 아닙니다.
지난해 6월 전 갑을오토텍 공장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해고노동자로 노동운동활동을 하는 후배가 SNS에 올린 사진을 통해 알게 됐는데, 회사에서 노조를 깨기 위해 경찰·특전사 출신을 채용해 갑을오토텍 지회 조합원들에게 극한의 폭력을 가한 것입니다.
폭력사태 이후 갑을오토텍 사측과 지회는 "신규 채용자 중 금속노동조합에서 채용 결격 사유가 있다고 제기하는 특정 인물 기재 인원에 대하여 즉시 채용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6개항에 합의했습니다. 충남 아산시도 갑을오토텍 제2노조인 기업노동조합에 '노조아님' 통보와 함께 시정을 요구하며 2건의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했습니다.
법적인 조치도 취해졌습니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지난해 11월 박효상 전 대표이사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했고,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올해 7월15일 박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판결이 있던 날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민주노조 파괴와 노동탄압에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단비 같은 판결"이라며 환영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갑을오토텍 사측은 노조가 못마땅한 듯 1일 용역배치를 강행할 태세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회사 측은 이미 확보한 '일반 용역 경비인력' 141명을 현장에 배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 경영진, 노조혐오? 불행한 이야기이지만, 이 나라에서 용역 폭력은 공권력의 비호 아래 공공연히 이뤄지는 행위입니다. 용역들 사이에서는 '노조 깨면 로또'라는 속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실제 기업 경영진들이 노조 와해에 성공하면 성공수당을 두둑하게 챙겨 주기에 용역 폭력의 수위는 그야말로 심각합니다.
그러나 갑을오토텍 사측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아예 노조를 깨고자 사측에 우호적인, 이른바 '기업노조'를 세운 다음 경찰·특전사 출신을 영입해 기업노조 가입을 유도한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조사결과 신입 사원 가운데 경찰 출신이 13명, 특전사 출신이 19명이었습니다. 이들은 갑을오토텍 지회 조합원들을 마구 폭행했고, 이로 인해 유혈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아무리 노조가 싫고, 조합원들이 부당한 요구를 해 불만이 높아도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노사는 늘 갈등이 불거지기 마련이고, 이 같은 입장차는 대화로 풀어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사측이 이런 상식을 배신하고 경찰, 특전사 출신 등 고도의 폭력을 훈련받은 사람들을 채용해 노조파괴를 시도했다는 점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갑을오토텍 사측은 경비용역을 다수 확보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노조 혐오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