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랄갓의 돌랄레숄학교 교사들로부터 지진 피해 이후 학교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영대
2015년 4월 네팔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은 지난 7월 17일, 네팔의 강변학교와 산간마을학교를 찾아갔다. 이 두 학교는 네팔 수커워티재단(대표 미놋 목탄)을 통해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에 학교 재건 지원을 요청한 학교들이다.
화장실부터 짓는 황당한 강변학교
처음 방문한 학교는 최대 지진 피해지역 가운데 하나인 카브레팔란촉지역 돌랄갓의 쉬리 돌랄레숄학교. 카트만두에서 불과 64km 떨어져 있고, 차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읍에 있다. 큰 강을 끼고 시장이 형성된 읍내의 학교가 지진 이후 1년이 넘도록 재건되지 않았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예닐곱 명 교사들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던 교장은 소개가 끝나자마자 우리에게 정부가 안전진단 이후 사용불가 판정을 내린 표지판부터 보여준다. 이 학교의 3개 건물 모두 사용금지 판정을 받았다.
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근 산간마을의 두 학교는 이미 국제NGO의 후원으로 학교 재건을 마쳤지만, 자기네 학교는 5년 안에 지어주겠다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산간 오지의 학교 재건부터 지원해온 국제NGO들의 사업방침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셈이다.
돌랄레숄학교의 초등과정 수업은 1년 넘게 학교와 맞붙은 마을회관 2층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마을회관이라고 해야 마을주민들이 돈이 모이는 대로 몇 년째 조금씩 짓고 있는 작은 건물이고, 겨우 지붕만 있을 뿐 벽도 칸막이도 전혀 없는 상태이다. 이곳에서 전교생 약 380명 중에서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약 18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5개 학년이 함께 공부하니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이 학교 학생의 90%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모래 채취와 골재용 돌 깨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마지족'이다. 집안일을 돕느라 평소에도 출석률이 70% 수준인데, 지진 이후 파행 수업이 계속되니 출석률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학교 재건이 시급한 상황인데, 네팔 정부는 교실이 아닌 화장실을 지으라고 예산 지원을 했단다. 이곳 교장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흔들지만, 정부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없기에 교실도 없는 학교에서 화장실 공사가 한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