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발코니에 앉아서 보는 히로쓰 가옥. 기분이 달라진다.
매거진군산 진정석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무조건 함께'이웃'에 간다. 발코니에 앉아서 여여한 시간을 보낸다. 아쉬운 건 커피. '고우당'이나 히로쓰 가옥의 앞집 격인 '여흥상회'에서 사가면 된다. 운 좋은 날에는 '이웃'의 실내를 들여다본 적도 있다. 거의 100년 된 집, 주인장들은 옛 들보와 서까래를 그대로 살려서 집을 고쳤다. 운치도 있고 세련미도 있는 숙소다.
'이웃'에서 죽치고 있다가 가는 곳은 '다다나무가 있는 골목길'이다. 2년 전 봄날, 태어나 처음으로 군산에 온 친구를 만났다. 당연히 히로쓰 가옥, 고우당, 초원사진관, 이성당에 갔다. 월명동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식 집을 구경하면서 걸었다. 욕조에 채전거리를 기르려고 채비 중인 어느 골목길을 걷다가 마주친 곳이 '다다나무가 있는 골목길'.
"우와!"골목길 담장으로 드리워진 벚나무 한 그루에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옆에는 수백 년 된 은행나무까지 있었다. 나무의 힘은 강력했다. 밥벌이하고, 애들 키우고, 살림하는 아줌마들에게 소녀 감성을 소생시켜 주었다. 우리는 너무 좋다고 팔짝팔짝 뛰었다. 한없이 건방져지고 말았다. 거기 주인도 아니면서, 나는 '다다나무가 있는 골목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