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31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 사드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자주적 결정인가? 미국의 전략에 휘말린 결과인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 균형'은 한국을 미일동맹에 묶어 중국·러시아·북한을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경제적 파트너십 때문에 한국이 선뜻 여기에 동조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한국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견은 미국의 '선 핵폐기 후 지원'과 북한의 '선지원 후 핵폐기'였다. 이 부분은 '단계적 폐기와 지원' 내지 '동시이행'으로 접근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여, 아시아-태평양에서 자국우위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후, 곧바로 주한미군 내 사드배치를 결정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한국은 막대한 안보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신무기 개발과 구입, 단독 및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불안한 국민의 마음이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되어, 개인의 경제적 참여가 저하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신규투자도 감소하게 된다.
게다가 한반도의 위기는 한국의 국가신인도 하락을 부채질 한다. 각종 국제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진다. 불안정한 자금회수 문제로,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신규투자도 감소하게 된다. 무엇보다 미국이 사드배치를, 중국이 영토분쟁을 철회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는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뒤틀린 한중 및 남북관계, 뒤죽박죽된 핵무기 방어체계, 분열된 국민감정을 해결하는 데 막대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이다."
3.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 사드배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사드배치로 미사일방어체계의 구축 순서가 엉망이 되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Boost Phase), 중간단계(Mid-course Phase), 재진입단계(Re-entry), 하층단계(Terminal Phase)를 거쳐 목표물에 도달한다.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단계가 1차 요격지점이다. 따라서 고도 200㎞인 GBI나 150-500km인 SM-3가 우선 배치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재진입 단계에서 40km-150km인 THAAD와 50-60km인 Arrow-2급, 하층단계에서 30-40km의 PAC-3와 15-20km인 PAC-2이다. 그런데 정부는 중간단계를 제쳐두고, 재진입단계에서나 필요한 사드를 선택했다.
어쩔 수 없이 일정기간 시행착오 비용을 지불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기술 중 하나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가 성급하다는 의미이다. 이를 제쳐두고서라도 다시 중간단계인 SM-3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비용을 선입금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음으로 사드배치가 안정화 될 때까지 중·러와 정치경제적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정당과 시민단체 등 국민의 갈등뿐만 아니라, 부지선정에서 출현하는 지역갈등을 해소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몇 년 후 미국이 사드 인수를 제안했을 때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4. 한국에 사드배치가 군사안보적 가치를 지니는가?"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6년 1월 현재 북한은 최대 10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했거나 핵탄두 운반수단을 갖추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반면 우리는 핵무기 방어체계, 즉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체계 중 핵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을 완성한 상태이다. 감시 자산으로 미군의 KH-12 정찰위성이 있다. 2019년에 미국으로부터 약 8800억 원에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1세트 4기가 도입되면 자체 감시자산을 갖게 된다. 그리고 2013-14년에 걸쳐 약 3800억 원에 타우러스(TAURUS) 미사일 170발을 구입했으며, 현재 F-15에 탑재 및 발사 가능여부를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핵무기 개발 속도에 비해 우리의 핵 방어체계가 훨씬 더 앞서 있다. 북한은 아무리 빨라도 2020년 이후에나 핵탄두 소형화나 운반수단 둘 중 하나를 갖출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핵미사일방어체계 까지 갖추는 건 방위비를 미리 지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북한의 상황에 따라 핵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면 된다는 의미이다. 미사일 방어체계를 준비하더라도, 제1차 요격지점인 중간단계에 필요한 고도 200㎞인 GBI나 150-500km인 SM-3가 우선 배치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재진입 단계에서 40km-150km인 THAAD와 50-60km인 Arrow-2급, 하층단계에서 30-40km의 PAC-3와 15-20km인 PAC-2이다."
5. 사드배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가?"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사드철회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 사진을 들고 미국과 재협상을 벌였던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업적쌓기 의지는 단호하기 때문에, 스스로 이러한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 야권 일각에서 국회 비준을 들먹이지만, 정부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할지라도, 사드배치 이후에나 판결이 나올 것이다.
국회가 예산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사드부지 비용은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야 하고, 9월 2일 국회에 제출되는 2017년 예산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예비비 사용을 겨냥하고 있다면 국회도 무력화 된다.
다음으로 미국이 사드를 양보하고, 중국이 영토분쟁을 중단하는 식으로, 두 국가가 타협점을 찾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으로 미국의 군사력 이동이 제약을 받게 되고, 사드배치가 백지화 될 수 있다.
이 때 문제는 한국의 피해다. 한중 무역관계에 이상기류가 형성된다. 남북관계 악화로 안보비용이 증가한다. 미국의 사드 강요로 뒤죽박죽된 핵무기 방어체계를 수립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분열로 얼룩진 국민의 감정을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과 물밑 접촉을 통해 다가올 수 있는 무역보복을 최대한 줄이고, 남북관계 개선 계획을 수립하며, 핵무기 방어체계를 바로잡아 나가고, 국민화합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6. 정부가 사드배치에서 국민의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게 몇 가지 있다는데 사실인가? "먼저 용어를 왜곡했다. 사드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명명하여 무언가 대단한 무기처럼 인식시켜,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방향으로 국민여론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THAAD)는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이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중고도 미사일' 정도가 되며, 상세하게 해석하면 '종말단계의 상위 고도에서 미사일을 방어하는 체계'가 된다.
현 무기체계에서 종말단계는 미사일이 지상에 도달하기 직전 단계, 즉 고도 15-40km 정도를 말한다. 그 위 단계는 재진입단계(Re-entry), 즉 40-150km 상공을 말한다. 고고도 미사일은 알레스카에 설치된 200㎞인 GBI나 일본의 이지스함에 설치되어 있는 150-500km인 SM-3를 가리킨다,
다음으로 사드의 기능을 부풀려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대통령도 국방장관도 사드배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를 내세운다. 거짓이다. 1000여 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미사일과 4800문의 방사포를 6기의 사드발사대와 48발의 미사일로 막아낸다는 말인가?
사드는 미사일 방어용 무기가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재진입단계에서 요격하는 무기이다. 현재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기술 중 하나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드를 핵무기 방어체계라고 하면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에, 미사일을 방어하는 체계로 둔갑시켜버린 것이다."
7. 7월 15일 국방부가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그린파인의 인원통제 구역 내(30m)에서 전자파 측정결과의 최고치가 인체보호기준의 3~5%였다"는 점을 들어 "사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을 한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고압선을 보라! 설치 당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30년 후 기형아 출산과 암 발생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사드를 설치한 후 20-30년 후 성주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가? 건강과 돈을 바꿀 수는 없다. 성주지역 주민의 건강에 대한 문제가 남북한 간 핵전쟁보다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민주주의 정부는 단 몇 퍼센트의 나쁜 가능성만 있어도 선택하지 않아야 하며, 단 퍼센트의 위험 가능성만 있어도 준비해야 한다. 핵전쟁의 가능성에는 대비하면서, 국민 건강을 무시하는 정부는 이미 정부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구밀집지역에 사드를 설치하여 안전성을 입증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괌기지는 민가가 없는 평원이다. 일본에 사드가 설치되어 있는 아오모리현 쓰가루시 샤리키 기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외진 해안에 위치해 있으며, 교토부 교탄고시 우카와 마을의 사드기지는 지금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자체 발전소를 운영할 정도로 외진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에 설치된 FBX-T의 레이저빔은 바다를 향해 발사된다. 결국 경북 성주는 인구밀집지역 내 사드 배치를 위한 실험지역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