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공사 탈북과 북핵관련 속보를 2번 반복한 연합뉴스TV(8/17)
민주언론시민연합
4번째 보도 역시 2번째 보도와 똑같은 <"北, 플루토늄 생산 위한 재처리 재개했다">였고, "북한 당국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만 추가됐을 뿐이다. 기자는 "다시 한 번 보도하겠습니다"라며 똑같은 내용을 당연하다는 듯 같은 뉴스 프로그램에서 곧바로 되풀이했다.
뉴스 시작부터 4건의 보도를 연달아 같은 보도로 채워버린 연합뉴스TV는 아마도 태영호 공사의 탈북과 북한의 핵개발 재처리 주장이 그만큼 중요한 '속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북풍몰이'에 불과하다. 태영호 공사 탈북은 국민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재난상황도 아니다. 굳이 같은 내용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 태영호 공사의 탈북이 그만큼 중요했다면 하다 못해 KBS처럼 정부 입장을 5개 사안으로 쪼개어 보도해도 될 일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시청자들이 똑같은 뉴스를 2번 보는 황당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핵개발을 전한 2번째 보도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주장을 인용한 교도통신 보도를 재인용한 보도가 과연 2번이나 반복할 '속보'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시시때때로 반복되는 '북핵 위협'으로 안보 국면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꼼수'를 연합뉴스TV가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민언련 오늘(8/17)의 나쁜 방송 보도 4Ⅰ'빨치산'까지 소환한 TV조선의 '탈북 선전'
TV조선 <단독/부인은 '김일성 빨치산 동지' 핏줄>(2번째, 김정우 기자, http://me2.do/FHN2br9S), MBN <북한 홍보가 태용호>(3번째, 김태일 기자, http://me2.do/GHigmw8b)TV조선과 MBN은 태용호 가족의 신변을 이용하여 '엘리트 탈북'을 집중 조명했다. TV조선 <단독/부인은 '김일성 빨치산 동지' 핏줄>(2번째, 김정우 기자)은 "태영호 주영 공사의 부인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오백룡의 집안"이라는 사실을 단독이라며 보도했다. "김정은의 핵심 통치기반 세력인 이른바 빨치산 혈통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는 것이다. MBN은 <북한 홍보가 태용호>에서 "2차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 군가로, 제목은 '성스러운 전쟁'"를 부르면서 북한을 홍보했던 태용호 공사의 과거 모습을 연신 보여주며 '엘리트 탈북'에 방점을 강조했다. MBN은 이런 보도만 3건이다. 태 공사 탈북의 의미를 보다 확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탈북을 공개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을 겨냥해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탈북 유도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통일부는 태용호 공사 탈북을 발표한 것인데 박 대통령이 15일 경축사에서 이미 태용호 공사의 입국을 알고 의도적으로 '탈북 유도'발언을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탈북을 '국내 여론몰이용'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런 사실에 착안한 방송사는 JTBC뿐이다. JTBC는 태용호 공사 탈북 관련 유일한 보도인 <북 고위급 외교관 한국 망명>(6번째, 안태훈 기자,
http://me2.do/59zEAmN9)에서 "북한 고위급 당국자의 탈북은 그간 우리 정부는 확인도 부인도 안 하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이례적이라고 분석할 수 있는데요"라고 지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15일 발언에 대해 "오늘 탈북 사실 공개와 연결해 볼 때 공세적으로 주민과 통치 그룹을 상대로 탈북 유도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탈북 동기에 있어 "해외의 현지 학교에서 초·중등 교육을 마친 외교관들의 자녀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독재 우상화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부적응 가능성이 커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는 분위기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언급해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효과만 선전한 타사와 달리 개인적 동기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 민언련 오늘(8/17)의 무보도
태영호 공사의 탈북이 9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톱보도를 장식한 17일, 청와대에서는 또 큼지막한 비리 이슈가 터졌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MBC는 16일 <단독/특별감찰관이 감찰 상황 누설 정황>(5번째, 정동욱 기자,
http://me2.do/5U7bqDiL)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SNS를 통해 "특별감찰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 "아들과 가족회사가 감찰 대상이다", "(경기도 화성 땅은)아무리 봐도 감찰 대상 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하는 등 감찰 내용을 유출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17일에도 1건의 보도를 더해 "이 특별감찰관에게 수차례 감찰 내용을 기자에게 유출한 사실이 없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는 애매한 답변 이외엔 분명한 해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특정 언론사 기자와의 전화 통화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라며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몰아붙였다.
이런 MBC 보도는 우병우 수석 비리 의혹의 판도를 뒤집어 버렸다. 우 수석이 "특별감찰관이 일을 크게 만든다"고 하면서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대립을 보이던 상황에서 감찰 내용 유출 논란이 터졌고 결국 우병우 수석 비리라는 본질이 흐려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수석을 보호하기 위한 '감찰 흔들기'라는 의심도 제기됐다. MBC가 SNS 내용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함구한 채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것도 이런 의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은 "만약 사실이라면 특별감찰관이 현행법규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와 당 차원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MBC를 거들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