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린 남편 생일상. 밥, 미역국, 생선 준비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렸다. 다른 반찬은 남편이 전날 미리 해둔 거다.
배지영
미역국에 밥, 생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전날 남편이 해놓은 반찬을 꺼내서 상을 차렸다. 다해서 1시간 반이 걸렸다. 먼저 제규를 깨웠다. 수저를 놔 달라고, 거실에 에어컨을 켜 달라는 부탁을 했다. 오줌을 누고 온 꽃차남은 "엄마가 이걸 다 해냈어?" 감탄했다. 남편은 집에서 입는 정장차림(팬티와 런닝)을 하고 생일밥상을 받았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빠, 생신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남성성을 뽐내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누구의 생일이든, 촛불은 자기가 꺼야하는 꽃차남은 "아빠가 꺼. 생일이잖아"라고 점잖게 말했다. 이제 생일선물 전달식. 인삼향이 나는 양말과 처제가 미리 주고 간 속옷. 부족해 보였나? 꽃차남은 안방으로 가서 자기 전 재산의 절반을 가져왔다.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주면서 "아빠, 잘 써"라고 했다.
식구들이 숟가락을 들 때,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남편은 내가 끓여주는 생일 미역국을 '원샷'하는 경향이 있다. 꽃차남은 미역국에 밥을 말 거다. 그러나 제규는 맨 처음 한입은 맛을 음미하며 먹는다. 요리학원 원장님한테 '절대 미각'을 가졌다는 칭찬까지 받은 '분'이다. 제규는 "좋은데요"라고 했다. 그게 끝은 아니었다.
"엄마, 쇠고기 미역국이잖아요. 근데 멸치 맛이 나. 멸치로 육수 냈어요?""아닌데. 다른 맛이 못 끼어들게 완전 철통 방어하면서 끓였어. 1시간 동안 불 앞에서 지켜본 거야." "내가 틀릴 수도 있죠, 뭐. 맛있어요."밥 먹다 보니까 오전 7시 반이 넘었다. 제규는 카풀 버스를 놓쳤다. 내가 태워다주기로 했다. 남편한테는 꽃차남 학교 보낼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밥 먹고, 케이크 먹고서 소파에 누워있던 남편은 "나 오늘 생일인데?"라면서 의아해 했다. 생일 맞은 사람을 째려봐도 되나? 안 되겠지. 남편 얼굴을 상냥하게 봤다. 다만 "뭐라고?" 물었다.
나는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왔다. 제규는 슬리퍼를 신고, 운동화는 손에 들고 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양말을 신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다른 날 같았으면, 혼자서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서 늦지 않게 카풀 버스를 탄다. 한 마디로, 아빠 생일날이라서 땡 잡은 거다. 나는 '은혜'를 베푸는 처지, 생색내지는 않았다.
여름 내내 외식 네 번, 집 밥으로 이긴 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