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9월 30일 오후 '2007 청계천 축제'가 열리는 청계천을 방문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권우성
애초에 청계천 복원사업이 화근이었다. 청계천의 변천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하천의 변천을 엿볼 수 있는데, 청계천 복원이 정치인의 업적(도시 정비)으로 인식되면서 4대강 사업이라는 비극의 서막이 시작됐다.
청계천의 본래의 명칭은 개천(開川)이었다. 조선의 한양정도(漢陽定都) 당시 청계천은 홍수가 나면 민가가 침수되는 물난리를 일으켰고, 평시에는 오수가 고여 매우 불결했는데, 태종이 개거공사(開渠工事)를 벌여 처음으로 치수사업을 시작했다.
그 후 영조 때에는 자원한 자들에 국가에서 품삯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준설, 양안석축(兩岸石築), 유로변경 등 본격적인 개천사업을 시행하여 구불구불하던 하천의 흐름을 직선화하였다.
이렇게 공사를 해도 건천에 가깝고, 서울 시내를 관통하며, 생활오수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보수공사를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준설공사는 계속됐으며 일제강점기 초에 청계천으로 이름을 바꾼 후, 근대적 도시계획의 성격을 띤 대대적인 준설공사가 계속 됐다.
청계천의 '어리석은 성공'의 역사 그 후에도 사실상 하수도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자 결국 한국전쟁 이후인 1958년 6월부터 복개공사에 착수, 1960년 4월에 1단계로 광교∼주교(舟橋) 1∼4가 간을 완공해 너비 50m의 간선도로를 만들었다. 1967년부터 1976년까지 청계고가도로를 건설해 복개공사를 완료했다.
복개구간은 상류에서 성동구 사근동까지 5.4km 구간이고, 중랑천 합류 지점까지의 2.4km 구간은 복개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복개하기 전까지 청계천에 놓인 다리는 조선 시대에 건립된 것만 따져도 수표교(水標橋), 오간수교(五間水橋), 광교(廣橋), 영미교(永尾橋), 관수교(觀水橋) 등 모두 24개가 있었다.
1990년대 들어 노후화된 청계고가도로의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됐는데, 1990년대 초중반에 논의됐던 청계천 복원에 관한 이야기가 2000년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 심포지엄'으로 발전됐다. 2002년 3차 심포지엄에서는 아태환경NGO 총재였던 이명박 당시 전 의원도 참석하였다. 같은 해인 2002년,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정치공약으로 내세웠으며 32대 서울특별시장으로 당선된 후 3800억 원을 들여 2003년 7월 1일 청계고가 철거를 시작, 약 5.84km의 구간을 2005년 9월 30일에 완공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청계 고가도로를 허물고 복원을 통해 시민들에게 도심 내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었다는 데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가장 직접적인 기대효과는 도심 정비였다. 슬럼화가 진행되고 쇠퇴하기 시작하던 구도심을 청계천을 통해 주위 환경을 개선하여 주변 지역의 토지 이용을 다양화시켰다. 주변의 지가도 상승했다.
그러나, 하천의 복원은 도심 공원 사업의 형태로 진행돼 청계천 상류구간은 여전히 복개된 상태로 남아있고, 하천을 흐르는 물은 인공적으로 양수하여 공급하고 있다. 하천의 바닥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돼 있어서 생태계의 회복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2013년 서울시는 2014년부터 2050년까지 장기적으로 청계천을 재복원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했는데, 이 계획은 2014년~2018년까지의 단기계획, 2019~2030년까지의 중기계획, 2031~2050까지의 장기계획으로 구성돼 있다.
2018년까지 청계천의 보를 철거하고, 직선화돼 있는 청계천물길을 곡선화하며, 인공 구조물 구간에 수림대를 조성하여 옛 청계천 수목과 비슷한 나무를 심어서 자연에 가까운 하안(河岸)으로 유도하고, 수표교를 원위치에 돌려놓기 위한 안전진단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2050년까지 수표교, 광통교, 오관수문 재복원과 백운동천, 중학천 같은 옛 물길을 되살려서 청계천에 연결해 물 공급을 안정화하고, 보행자 우선가로와 주변 시설을 정비하는 것을 끝으로 이 계획은 완료된다.
2014년 2월 서울 연구원이 서울시에 제출한 '청계천역사성 및 자연생태성 회복' 계획은 청계천 복원공사 초기 때부터 지적돼왔던 역사성의 부재와 생태계 문제, 유지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청계천과 주변지역을 포함하여 역사문화와 생태성이 살아 있는 미래모습의 비전 및 전략을 수립하고, 생태환경·역사문화·도시제도 등 분야별로 미흡한 부분을 개선·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이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