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송광사에 붙은 "스님, 계십니다" 문구가 반가웠습니다.
임현철
송광사(松廣寺). 그 이름만으로 엄청난 위엄입니다.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인 승보종찰 조계총림이니 그렇다 치죠. 그런데 왜? 법정 스님께선 시 '산에 오르면'에서 "여보게 친구/ 산에 오르면 절이 있고/ 절에 가면 부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에 가면 인간이 만든 불상만/ 자네를 내려다보고 있지 않던가?/ 부처는 절에 없다네…/ 부처는 세상에 내려가야만 천지에 널려있다네…(이하 생략)"라고 하셨을까?
스님의 시적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측면이 있긴 합니다만, 진짜 "부처는 절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일부 절집들이 중생 교화에 힘쓰기보다 살림살이 늘리기에 치중하는 듯한 느낌이 많아섭니다. 그래, 스님다운 스님, 수행자다운 스님, 중생 같은 스님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하여, 절에는 스님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랬는데, 아주 유쾌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빙그레 웃었습니다.
"스님, 계십니다!"역시 승보사찰 송광사는 달랐습니다. 송광사에 붙은 이 글귀를 보고 '아!' 했습니다. 왜냐고요? "스님, 계십니다"란 문구가 송광사가 대중에게 보내는 '선언'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스님 없"는 줄 알았는데 "스님 계"시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요. 때문에 송광사 선언이 반가웠습니다. 대중이 미륵불의 현신을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앞으로 스님다운 스님, 수행자다운 스님, 중생 같은 스님을 만나기 쉬울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성품이 차가우시네요, 따뜻한 차를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