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할로우>의 표지
구픽
어린 시절을 보냈던 외할아버지의 동네에 정착하기로 마음 먹은 그는, 이혼한 여성의 의뢰를 받아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 수당을 받아내는 일을 도와줍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 여성과 그녀의 아이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고, 경찰에서는 전남편을 범인으로 지목하죠. 하지만 찰리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진범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존 코널리가 창조한 '찰리 파커 시리즈'는 첫 작품 <모든 죽은 것> 이후 올해까지 모두 14편이 출간된, 영미권의 인기 스릴러 시리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시리즈 두 번째인 이 책 <다크 할로우>까지 두 권만 나와 있습니다.
첫 두 권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은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문법을 정확하게 구사하여 만든 잘 짜인 미스터리 플롯이 돋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장르의 선배 작가들이 창조한 탐정들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습니다. 언뜻 떠올려 봐도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가 보여 준 기사도적인 낭만과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가 파헤친 무너진 가족 관계,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가 읊조릴 법한 장광설 등이 생각납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미국 드라마 <한니발>이 생각날 정도로 끔찍한 장면을 극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고, 주인공 앞에 불현듯 출몰하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만들어내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호러물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예측 가능한 전개를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장르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도 적절하게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편입니다.
또한 게이 커플 앙헬과 루이스를 조력자로 등장시켜, 코믹한 순간들과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거친 액션 장면들을 추가함으로써 이야기가 지나치게 어두워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전작과 연결돼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시리즈 첫 권인 <모든 죽은 것>을 먼저 읽고 <다크 할로우>를 읽는 것이 좋습니다. 두 책 사이의 시간 간격도 불과 몇 개월에 지나지 않는 데다, 찰리 파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려면 잔혹한 개인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국내 장르 소설팬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나,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권을 기대해 봐야 겠네요.
다크 할로우
존 코널리 지음, 박산호 옮김,
구픽,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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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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