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산재 인정 결정 관련 9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8/29~9/2)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KBS와 MBC는 대법원의 '산재 불인정' 판결은 보도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결정에는 침묵했다. 삼성 측에 유리한 판결만을 보도하면서 속내를 드러낸 공영방송이나, 아예 반도체 노동자 산재 관련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는 다른 방송사나, 약자와 노동자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삼성에 대한 면죄부라 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만 보도한 KBS, MBC의 보도는 내용 자체가 형편없는 수준이다. KBS <간추린 단신/대법 "삼성전자 백혈병 근로자 3명, 산재 불인정">(8/30, 24번째,
http://bit.ly/2bHk4RC)은 "대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고 황민웅 씨의 부인 등 3명이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업무의 성격상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는 15초짜리 짧은 단신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 반올림과 삼성일반노조 측의 입장은 단 한 마디도 실리지 않았다.
삼성 '선의' 부각한 MBC, 침묵보다 무서운 왜곡MBC <"백혈병 걸려도 모두 산재는 아니다">(8/30, 6번째, 이상민 기자,
http://bit.ly/2bBXPNd)는 더 악의적이다. 보도는 대법원이 강조한 "업무 내용에 따른 개별적 심리"라는 측면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 이런 보도행태는 신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단으로 단신만 전한 신문은 판결 내용만 소개했고, 3단으로 비교적 자세히 다룬 신문은 개별적 심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을 뿐이다.
MBC도 마찬가지이다. ▲ MBC의 "백혈병 걸려도 모두 산재는 아니다"라는 제목,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을 얻었어도, 모두 산업재해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배현진의 앵커멘트, ▲ "평탄화, 절단·절곡, 도급 공정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3명의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병을 얻었다는 인과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어떤 공정에서 일을 했느냐에 따라 산업재해 인정 여부는 달라지는 것"이라는 이상민 기자의 설명, ▲ "담당 업무와 발병 사이에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을 수긍한 판결"이라는 조병구 대법원 공보관의 인터뷰 녹취인용까지, 이 모두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인 노동자의 개별적 심리를 부각하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들이 재해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과 삼성전자가 조직적으로 피해자들의 산재 입증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노출의 정도가 질병을 유발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올림은 성명을 통해 "회사의 관리 부실이나 자료 은폐,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잘못으로 인해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입증 곤란의 상황은 회사나 근로복지공단의 잘못으로 초래되었으나 그에 따른 불이익은 다시금 재해노동자 측에 전가"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이와 같은 측면은 전혀 고려치 않고, 대법원 판결 그 자체만을 부각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