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종교인에 대한 성차별은 '진행중'

[서평]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

등록 2016.09.08 16:08수정 2016.09.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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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리더십? '머슴'과 '리더십', 뭔가 어색합니다.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머슴에게 필요한 건 리더십보다는 복종(submission) 그리고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머슴이 되고자 자처하려면 리더에게나 필요한 리더십보다는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복종'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권을 요구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시키는 일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불편부당한 사회,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등등으로 소박하고 간결합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일 또한 어렵지 않습니다. 부당한 외세에 당당하고, 떳떳한 정치, 먹고 사는데 배 아파하지 않을 만큼 반칙 없는 사회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치지도자들에게만 리더십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종교지도자들에게도 리더십은 필요합니다. 교리를 전파하는 번드르르한 말도 중요하고,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그럴듯한 간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심으로 믿고 따르게 하는 리더십입니다.

그럴 겁니다. 어떤 웅변, 어떤 법문보다 큰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사람을 감화시키는 건 행동으로 보여주는 묵묵한 실천입니다. 말은 부처님같이 하며, 출세를 하거나 군림을 하기위해 종교인 된 듯 행동한다면 그건 시정잡배에게나 있을 법한 질곡된 리더십입니다. 

37편의 소논문으로 엮은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지은이 본각·조은수·텐진 빠모 외 34인 / 옮긴이 샤카디타 코리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8월 30일 / 값 23,000원)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지은이 본각·조은수·텐진 빠모 외 34인 / 옮긴이 샤카디타 코리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8월 30일 / 값 23,000원)불광출판사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지은이 본각·조은수·텐진 빠모 외 34인, 옮긴이 샤카디타 코리아,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2011년 태국, 2013년 인도 바이샬리, 2015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개최되었던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세계불교여성대회'에서 발표되었던 논문 중에서 37편을 선별해 엮은 소논문 모음집입니다.

'샤카디타'는 '붓다의 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출가수행 중인  붓다의 딸들이 모여 여성 종교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리더십, 여성이라서 강요당하거나 감내하여야만 하는 차별적 부당함을 직시하며 그 대책을 강구하고자 놓는 디딤돌 같은 내용들입니다.  


책에서는 37편의 논문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습니다. 제1부에서는 '세계의 비구니 승가'라는 제목 아래 여성출가자들의 나라별 활동을 내용으로 하고, 제2부에서는 여성주의의 시각에서 불교를 재해석하고자 하는 논문들, 마지막 제3부에서는 여성 불자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전통적인 불교는 남성지향적이고, 가부장적인 경향을 갖는다. 그 결과, 여성들은 자주 무시되고, 비하되고, 권한이 없으며 착취당한다. 히말라야 지역의 문화 또한 다소 배타적이어서 따라서 비(非)히말라야 및 비(非)불교권 문화는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그 결과 티베트불교 안에서, 비(非)히말라야 지역 출신 여성 출가자로 산다는 것은, 멸시 당하는 것을 의미하고, 어느 정도 '덜 가치 있다'고 간주될 수 있다.  -77쪽


사전에서 '페미니즘'을 검색해 보니 '여성이 불평등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하여 여성의 사회, 정치, 법률상의 지위와 역할의 신장을 주장하는 주의'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성차별 가장 심한 곳은 종교계

지구의 절반은 여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 게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라고 할 만큼 남녀 간 불평등은 지구 어디에도 존재하는가 봅니다. 남녀불평등,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편하기 그지없는 쓰개치마를 쓰고 다녀야 했던 조선시대보다 남녀차별이 더 심한 곳이 종교계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목사는 남자입니다. 어느 성당에서 여자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들보다 더하면 더한 곳이 불교계 아닐까 생각됩니다. 80살 먹은 비구니(여승)더러 3살 먹은 동자승에게 절을 올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별 차별이 심한 곳이 불교입니다.

우리는 불교계 지도자들로부터 남성 우위 현상을 그냥 모르는 척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아시아 여성이건 서양 여성이건 우리는 모두 가부장적 문화에서 자라나서 남성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남성에게 양보하도록 사회화 되었다. 그 결과 남성 우위 현상을 못 본 척하라는 말을 들으면 "좋은 여자"로 인정받고 싶어서 그냥 그렇게 한다. - 318쪽

한국, 미국, 대만, 인도, 일본, 태국, 네팔, 부탄, 티베트, 베트남, 스리랑카, 캐나다, 호주, 영국… 사는 나라도 다르고, 수행 환경도 제각각인 참가자들이 공통으로 내는 목소리는 부당한 성차별, 성숙하지 못한 리더십입니다.

당장 리더십이 생기고, 당장 성차별을 없앨 묘책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떤 문제도 언젠가는 반드시 개선되거나 해결될 거라 확신합니다.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여성 불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직시는 페미니즘과 리더십의 현주소입니다. 이 책이 리더십이나 페미니즘에 당장 괄목할 만한 어떤 개선을 가져 올 거라 기대한다는 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여성 불자들이 극복해야할 문제를 도출해 내고, 도출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디딤돌로는 크게 기여할 거라 기대됩니다. 출가 수행자들이 추구해야 할 것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일지 모르지만, 당장 개선되거나 필요한 건 출가수행자로서의 리더십과 윤회되고 있는 차별을 벗어나는 페미니즘 해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지은이 본각·조은수·텐진 빠모 외 34인 / 옮긴이 샤카디타 코리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6년 8월 30일 / 값 23,000원)

불교 페미니즘과 리더십 - 불교여성, 자비와 지혜로 세계의 중심에 서다

본각.조은수.텐진 빠모 외 34인 지음, 샤카디타 코리아 옮김,
불광출판사, 2016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 #샤카디타 코리아 #불광출판사 #조은수 #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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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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