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20가 200만 원대 오디오보다 낫다?

[현장] 청음회 같았던 신제품 발표, 'B&O 마케팅' 제대로 통할까?

등록 2016.09.07 18:02수정 2016.09.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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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 마련된 LG V20 제품 체험장에선 경쟁사 제품과 오디오 성능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7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 마련된 LG V20 제품 체험장에선 경쟁사 제품과 오디오 성능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김시연

'스마트폰 소비자의 귀를 사로 잡아라.'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LG V20(투웬티) 발표 행사는 마치 오디오 기기 청음회 같았다. 제품 체험 부스 절반 이상을 V20 오디오 성능 비교에 할애했고, 제품 설명 자료도 DAC, 비트, 데시벨 같은 낯선 오디오 용어들로 가득 찼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인지, 오디오 신제품 발표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LG V20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LG V10에 이은 5.7인치급 대화면 스마트폰이다. 지난 3월 선보인 LG G5는 배터리처럼 갈아 끼울 수 있는 고성능 오디오-카메라 모듈을 선보였는데, V20는 내장형으로 선회했다.(관련기사: LG G5 프렌즈 호환이 걸림돌? "어댑터도 고민")
  
조준호 LG전자 MC(모바일)사업본부장은 이날 "V20는 오디오와 카메라 성능에 특화된 스마트폰"이라면서 "혁신 기능으로 스마트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오디오와 카메라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135도 광각 카메라를 포함한 듀얼 카메라가 이미 G5에서 먼저 선보인 걸 감안하면, 오디오 성능 향상이 눈에 띄었다. 사실 스마트폰 오디오 성능은 애플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기능이다. 하지만 LG는 달랐다.

 유명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울룹슨(B&O) 플레이가 LG V20 오디오 음질 튜닝 작업에 참여해 제품뿐 아니라 번들 이어폰에도 B&O 로고가 들어간다.
유명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울룹슨(B&O) 플레이가 LG V20 오디오 음질 튜닝 작업에 참여해 제품뿐 아니라 번들 이어폰에도 B&O 로고가 들어간다.김시연

이날 행사에도 세계적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B&O) 플레이'의 헨리 로렌스 대표가 직접 참석해 양사간 협업을 과시했다. B&O 플레이는 G5용 '하이파이 모듈'을 함께 만든 데 이어, V20 오디오 음색 튜닝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덕분에 V20 본체와 번들 이어폰에도 B&O 로고가 들어간다.

로렌스 대표는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 가운데 LG 모바일 구성원들이 최고의 듣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얼마나 헌신적으로 노력하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직접 겪었다"면서 "이 협업을 통해 B&O의 최고급 사운드 경험을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LG V20가 200만 원대 오디오보다 낫다?


도대체 V20의 오디오 성능은 어떻게 달라진 걸까? 우선 LG는 오디오 칩셋 제조업체인 ESS사와 손잡고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를 집어넣었다. DAC는 디지털 음원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음향으로 전환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보통 오디오에는 1개만 들어가는데 V20에는 4개가 들어가면서 원음에 더 가깝게 들린다고 한다. 가수의 숨소리, 악기의 떨림 같이 디지털 음원 압축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모호해지는 소리까지 뚜렷하게 잡아낸다는 의미다.

LG는 이날 200만 원대 전문 오디오 기기와 V20 성능 비교 결과도 발표했다. 출력이 높을수록 잡음 비율 값이 올라가 SNR(신호 대 잡음 비율) 값은 내려가는데, V20는 오히려 SNR 값이 전문 기기(116데시벨)보다 8데시벨 높았다고 한다. '쿼드 DAC'가 잡음을 최대 50%까지 줄인 덕분이라는 것이다.


 LG전자는 7일 LG V20와 200만 원대 전문 음향 기기 오디오 성능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출력이 높을수록 잡음 비율 값이 올라가 SNR(신호 대 잡음 비율) 값은 내려가는데, V20은 오히려 SNR 값이 전문 기기(116데시벨)보다 8데시벨 높았다고 한다.
LG전자는 7일 LG V20와 200만 원대 전문 음향 기기 오디오 성능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출력이 높을수록 잡음 비율 값이 올라가 SNR(신호 대 잡음 비율) 값은 내려가는데, V20은 오히려 SNR 값이 전문 기기(116데시벨)보다 8데시벨 높았다고 한다. 김시연

또 V20는 최대 32비트 384킬로헤르츠(KHz) 고해상도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보통 CD 음질이 16비트 44.1KHz 정도니 16배 차이다. 비트수가 높을수록 고음부와 저음부 사이의 단계가 세분화되고, 헤르츠가 높을수록 초당 재생할 수 있는 소리 개수가 늘어나 더 원음에 가깝게 들린다. 일반 스마트폰은 16비트 음원까지 들을 수 있고, G5도 하이파이 모듈을 따로 달아야 32비트 음원을 들을 수 있었다. V20는 일반 음원도 '업비트', '업샘플링' 기능을 이용해 32비트 수준으로 음질을 높여준다고 한다.

 LG V20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 성능을 기존 '싱글 DAC'와 비교한 LG전자 인포그래픽. DAC는 디지털 음원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음향으로 전환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보통 오디오에는 1개만 들어가는데 V20에는 4개가 들어가면서 원음에 더 가깝게 들린다고 한다
LG V20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 성능을 기존 '싱글 DAC'와 비교한 LG전자 인포그래픽. DAC는 디지털 음원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음향으로 전환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보통 오디오에는 1개만 들어가는데 V20에는 4개가 들어가면서 원음에 더 가깝게 들린다고 한다 LG전자

그동안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녹음 기능도 함께 업그레이드했다. 일반 마이크(120데시벨)보다 4배 큰 132데시벨 소리까지 녹음할 수 있는 고성능 마이크를 내장하는 한편 '고음질 녹음' 기능으로 CD 음질 6배 수준인 24비트 192KHz 고음질로 녹음할 수 있고 오디오 녹음 앱으로 사용자가 직접 설정도 할 수 있다.

'콘서트 모드'를 선택하면 공연장에서 폰 주변의 소음을 줄이고 공연자 목소리에 집중해 녹음할 수 있다. 또 음향 전문가처럼 외부 유입 음량 조절이나 저주파 잡음 제거, 최대 볼륨 제한 등 다양한 조절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스튜디오 모드'를 이용하면 미리 녹음된 반주에 자신의 노래를 덧붙여 녹음할 수도 있다. 이젠 스마트폰만으로 음원 제작까지 가능해진 셈이다.

'백문이 불여일청', 음질 뛰어나지만 동등한 비교 아쉬워

'백문이 불여일청'이다. 음질 차이를 글이나 숫자로 표현하는 건 한계가 있다. 직접 들어보고 그 차이를 느끼는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이날 체험장에선 V20과 자사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사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오디오 성능을 각각 비교해 들을 수 있었다. 같은 노래였지만 음원부터 달랐다. V20는 32비트 하이파이 음원을 쓴 반면 중저가 모델은 일반 음원이었다. 또 이어폰도 B&O 번들과 일반 번들을 따로 썼다. 당연히 두 제품 사이의 음질 차이는 뚜렷했다. 차라리 같은 조건으로 비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 마련된 LG V20 제품 체험장에선 경쟁사 제품과 오디오 성능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자사 단말기와 비교해 들을 수 있지만 번들 이어폰 성능과 음원 품질이 달라 동일한 조건은 아니었다
7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 마련된 LG V20 제품 체험장에선 경쟁사 제품과 오디오 성능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자사 단말기와 비교해 들을 수 있지만 번들 이어폰 성능과 음원 품질이 달라 동일한 조건은 아니었다김시연

실제 같은 헤드폰으로 비교한 삼성 제품은 음악 도입부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비전문가인 기자가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V20의 성공은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오디오 성능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드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LG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전문가용 DSLR급으로 향상시켰다. 전문가 사진은 물론 영화 촬영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전문가용 카메라 수요자는 제한돼 있고 오디오 기능도 마찬가지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쿼드 DAC로 잡음이 50% 줄어드는 원리가 뭐냐고 물었지만, LG전자 임원조차 바로 답변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LG전자는 마케팅이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LG전자 임직원들조차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기술을 일반 소비자에게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건 난센스다. (관련기사: LG전자의 숨은 장점, 마케팅팀만 몰랐다?)

콘텐츠도 문제다. 고품질 음원 시장이 활발하지 않으면 V20 고급 오디오 기능도 무용지물이다. LG전자 MC(모바일사업부) 상품기획그룹장인 김홍주 상무는 "하이파이 음원 유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멜론 등 유통 채널에서 하이파이 음원을 갖고 있지만 우리도 자체 '스마트월드'를 통해 더 많은 음원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시에 선보인 LG V20는 오는 9월 말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출고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79만9700원이었던 V10과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큰 경쟁자인 삼성 갤럭시 노트7이 리콜 사태로 주춤하지만, 당장 애플도 7일(한국시간 8일 새벽) '아이폰7'을 선보일 예정이다.
#LG V20 #뱅앤울룹슨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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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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