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광장왼쪽 두 탑은 부활의문, 가운데는 역사박물관, 그리고 오른쪽은 크렘린 둥이다.
권응상
그러나 붉은 색의 '공산혁명' 이미지가 더 강한 것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각인된 역사적 선입관 때문이리라. 사회주의 중국의 상징 색도 빨강이므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빨강을 공산당 혹은 적국으로 인식한다.
우리 사회에서 '빨갱이'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형기를 마치지 못한 죄수이다. 한때 온 국민이 모두 "Be the Reds"라며 빨간 옷을 입고 거리를 뒤덮은 적도 있지만 어쩐 일인지 그 형기는 계속 연장되고 있다. 아마도 통일이 되어야 그 형기가 끝나리라. 비 내리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객관화된 우리 사회에 대한 상념이 꼬리를 문다.
비를 피할 겸 먼저 들른 곳은 국립역사박물관(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исторический музей)이다. 네 개의 탑이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인 이곳은 원래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였던 곳이다. 러시아 영토의 선사시대 유물부터 로마노프 왕조까지 전 역사에 걸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돌도끼나 뼈를 갈아 만든 바늘 등이 부지기수다.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유리진열장 하나에 빼곡히 겹쳐 전시해 놓은 것이 영 낯설다. 이 정도 유물은 늘려있다는 자랑 같아서 첫 번째 전시실부터 기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