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진(여진) 발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 양산 주민들은 집에 '생존가방'을 꾸려놓고 있다.
윤성효
패물을 집에 두지 않고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김형숙씨는 "집에 있는 금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아이 돌반지와 은행통장을 가방에 넣어둔 집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22층에 사는 진은정(40)씨는 "저녁에 보면 공원에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민 스스로 가상 시나리오 짜"양산 사람들은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날까봐 걱정이다.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과 사는 김향숙씨는 "지진도 걱정이지만 원전사고도 마찬가지다"며 "가족들은 밥 먹을 때나 모여 앉을 때마다 지진과 원전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피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파트가 고리원전과 더 가깝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남편의 직장은 2km 정도 더 멀다"며 "그래서 남편한테는 원전사고가 나면 집에 있는 저를 데리러 오지 말고 아이부터 챙겨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민 스스로 가상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요즘 주민들은 지진이 나거나 원전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각자 가상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며 "정부나 도청, 시청에서 알려주지 않으니까 주민 스스로 생존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더 불안해 한다"아이들도 불안하다. 초등학교 3학년과 7살, 5살의 세 딸을 키우는 주명자씨는 "지난 12일 지진이 난 뒤부터 아이들이 불안해 한다"며 "가방을 싸니까 아이들이 더 불안했던 것 같다. 가방 싸는 걸 본 아이가 울면서 '이제 죽는 거야'라고 하더라. 그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달래 주었다"고 말했다.
주씨는 "그래서 지난 19일 다시 여진이 왔을 때 아이가 느끼지 못했던 것 같고, 남편과 저는 느꼈는데 아이가 불안해 할까봐 말을 못하고 눈짓으로 주고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 주부는 "양산은 지진에다 원전으로 더 불안하다. 요즘 저녁에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 '최후의 만찬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하지만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눈물이 울컥 날 때도 있다. 침착하려고 하는데 계속 불안하다"고 말했다.
권정례씨는 "아이들도 지진이 나자 많이 놀랐다. 엄마가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니까 아이가 더 불안한 것 같더라"며 "그래서 아이들한테 계속 안심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진은정씨는 "지난 12일 이후 아이가 사흘 정도 말을 잘 하지 않았고 잘 먹지도 않았다. 어느 집 아이는 토했다고 하더라"며 "아이들은 지진이 났다는 소리만 들으면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안해서 잠을 못자 ... 정확한 대피요령은?"주민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항상 지진 불안에 휩싸여 있다. 김형숙씨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또 지진이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하고, 깊이 잠을 못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운동화가 신발장 안에 있었는데 지난 12일부터 내놓게 되었고, 외출복을 미리 챙겨둔다"며 "이전에는 안경을 아무 데나 벗어 놓았는데 요즘은 항상 머리맡에 두게 되고, 밤에 잠잘 때는 이전에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두었는데 요즘은 최대한 소리를 키워 놓는다. 누군가 전화를 했을 때 듣지 못하나 싶어 걱정이 되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