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은 일 안할 거예요"... '영업종료' 사장님의 속내

8년간 착한가격 고집한 떡볶이집 문 닫는 이유... "골든타임 놓치고 싶지 않다"

등록 2016.09.27 10:18수정 2016.09.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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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광주 경안동에 위치한 즉석떡볶이집 '찌뽀끼'. 오는 10월 8일 영업을 종료한다.
경기광주 경안동에 위치한 즉석떡볶이집 '찌뽀끼'. 오는 10월 8일 영업을 종료한다. 박정훈

학창시절, 그는 문제아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모님은 자식의 고교 졸업이 소원일 정도였다. 그러던 그가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며 마음을 바로잡았다.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싱크대 시공을 하는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며 한동안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직장인의 한계를 느껴 고민에 빠졌다.


그는 시공을 위해 여려 명과 함께 다니는 팀의 팀장으로 일했다. 팀장임에도 어느 순간 월급이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을 겪으면서 고민은 더 커졌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늘어나며 고민의 밤은 계속됐다.

 경기광주 경안동에 위치한 즉석떡볶이집 '찌뽀끼'. 오는 10월 8일 영업을 종료한다.
경기광주 경안동에 위치한 즉석떡볶이집 '찌뽀끼'. 오는 10월 8일 영업을 종료한다. 박정훈

그러던 중 우연히 맛본 즉석떡볶이. 순간 번개에 맞은 듯 맛에 반했다. 아내를 따라 간 떡볶이집이었지만, "이거다"란 생각이 번뜩였다고. 결국 2주 만에 창업을 결정하고 퇴사했다. 장사해본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한 일, 무모했지만 용감했다.

그래서인지 초반엔 고민도 많았다. 아직도 손님 응대가 어렵다는 그. 그는 특히 초반에 더 많이 어려움을 겪었다. 성남에 살다가 경기 광주로 이사와 지리적 어려움도 있었다. 더구나 자영업의 특성상 장사 안되면 안되서 고민, 잘되면 잘되서 몸이 힘들어 고민.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광주에서 떡볶이집 '찌뽀끼'를 운영하는 임준혁(38) 사장의 이야기다.

그는 장사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하루 2~3시간밖에 못잔 적도 있었다. 스스로 사장이 돼 운영해야 하는 자영업의 불안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어느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의 매장카운터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임준혁 사장
자신의 매장카운터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임준혁 사장박정훈

"이 일 하면서 90개월간 한 100일 정도밖에 못 쉬었던 것 같아요. 거의 한 달에 하루 정도 쉰 거죠. 그래도 감사해요. 떡볶이 장사하면서 대출받은 빚도 갚고, 작지만 차도 사고 우리 가족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가게가 먹고 살 정도 벌이는 해줬으니까요."


그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과 가족을 지켜준 가게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장사를 하는 동안 소위 대박이나 쪽박 수준의 상황은 없었다. 다만 "쉽게 돈이 벌리지 않는다"라면서 "돈을 많이 벌려면 그만큼 몸이 힘들어지는 걸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매장안 전등과 시계. 이 가게는 오는 10월 8일 영업이 종료된다.
매장안 전등과 시계. 이 가게는 오는 10월 8일 영업이 종료된다. 박정훈

그런 그가 갑자기 영업종료를 선택했다. 막상 폐업을 하려니 이런 저런 소회가 남다른 듯 했다. 8년이란 시간이 적지 않은 시간들이기에 그에겐 더 남달랐다. 그럭저럭 먹고 살만했던 그가 왜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을 했을까?


무뚝뚝한 외모, 말투와 달리 학생들과 유독 친한 그

 매장안 많은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
매장안 많은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박정훈

폐업을 결정한 그의 속내를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평소 학생 손님들과 친한 임준혁 사장. 특이했다. 함께 길을 걷는 동안 자신의 손님들을 우연히 만났다. 손님이었던 친구(학생들)들이 먼저 그에게 아는 척을 했다. 이날도 먼저 인사를 한 여학생들만 5명 정도였다. 때로는 자신이 먼저 거친 장난도 치며 어린 친구들을 스스럼없이 반갑게 대했다. 특이한 그런 상황이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그에게 많은 나이 차에도 스스럼없이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진솔함과 시간인 것 같아요. 1년 넘어서 친해진 학생들도 있으니까요. 때론 친구처럼 이야기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소통하는 게 이유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직도 학교 졸업하고도 연락오기도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물론 모든 친구들이 저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에요. 호불호가 있겠죠."

이날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학생들도 "사장님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오히려 "그렇지 않다"며 더욱 친근해했다. 임 사장 자신도 짖궂은 장난도 치며 스스럼없이 대했다. 그는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게 아마 저만 가능할지도 몰라요"라면서 씨익 웃어보였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오늘 10월 8일 영업종료되는 즉석떡볶이집 '찌뽀끼'.
오늘 10월 8일 영업종료되는 즉석떡볶이집 '찌뽀끼'.박정훈

"학생 손님들이 왜 가게 문 닫느냐고 물어요. 그때 얘기하죠. 어느 순간부터 매일 일하러 나오는 행복감이 사라졌다고 말해요. 또 제가 퇴근하면 사랑하는 제 아이들이 다 자고 있어요. 같이 놀아주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데 저는 매일 장사를 나가서 밤에 오니까요. 일을 하기 위해 사랑하는 아이들과도 함께 시간을 못 보내고 있는 거죠.

요새 아이들 크는 걸 보면, 올해나 내년이 아이들과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일 것 같네요. 이 시간을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남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90개월간 임사장과 함께한 매장안 사진
90개월간 임사장과 함께한 매장안 사진박정훈

임 사장은 "어느 순간부터 현재의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일의 특성상 항상 일을 마치고 들어가면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보며 맘이 무겁다는 그. 자신도 "출근할 때 정말 아이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가장의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시간을 채워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가게 폐업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위해 여행을 떠날 것"이라며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임준혁사장이 90개월간 일한 매장안 카운터 및 주방모습
임준혁사장이 90개월간 일한 매장안 카운터 및 주방모습박정훈

그는 "3개월간은 아무 일도 안할 거예료"라면서 "가족들과 국내여행을 다닐 것을 계획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자신도 함께 그 시간을 나누길 원했다. 그런 부분이 결국 그에겐 영업종료가 유쾌해지는 이유일 수도 있었다.

"이번엔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 더 그리운 것 같아"

 임준혁 사장이 손님들에게 남긴 영업종료 인사말.
임준혁 사장이 손님들에게 남긴 영업종료 인사말. 박정훈

"벌써 졸업앨범은 다 찍었을 텐데. 매년 연말이면 연중행사처럼 손님들 졸업앨범을 봤어요. 그 앨범을 보며 보고 싶었던 친구들(손님)들을 찾아보곤 했는데. 올해는 그 앨범을 못 보는 게 아쉬워요. 학생들이 졸업하면 저희 가게로 앨범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곤 했는데. 올해는 그걸 못 보게 됐네요."

영업을 종료하면서도 매번 싱글벙글 하던 그도 잠시 머뭇거렸다. 가게 문 닫으며 그동안 찾아줬던 손님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할 이야기 없냐는 질문 때문이었다. 그는 "매년 연중행사처럼 졸업앨범을 보며 보고 싶었던 졸업하는 친구들(손님)들 다시 못보는게 아쉽다"라면서 "왠지 다시 못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그런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임 사장은 "나의 30대는 이곳 찌뽀끼에서 보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영업종료 후 3개월여의 여행을 마치면 전혀 다른 업종에 도전해볼 계획이란다. 다시 떡볶이가게를 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과 함께한 찌뽀기. 그 가격표.
한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과 함께한 찌뽀기. 그 가격표. 박정훈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둔 후 약 8년간 경기 광주의 시내에서 작은 떡볶이집을 운영해온 임준혁 사장. 올 10월 8일이 되면 그가 운영하던 '찌뽀끼'란 이름의 떡볶이가게는 폐업에 들어간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함께 해왔던 곳. 이제 광주란 작은 마을의 기억 뒤편으로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그 곳을 함께했던 친구들의 기억 속에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내내 유쾌했던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자영업이 다 그렇겠죠. 애태우며 손님 기다리고, 혼자 맘 조리며 기다리는 거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미디어리포트> <광주시민저널>에도 송고됩니다
#경기광주 #찌뽀기 #즉석떡볶이 #영업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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