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이대로면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다

[서평] <명견만리> 인구,경제,북한,의료 편

등록 2016.09.30 14:53수정 2016.09.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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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5000만이 넘었던 인구는 반 토막이 난다. 인구감소는 서울 지하철노선도 바꿔놓아 9개 노선 중 4개가 폐선 된다. 잠재성장률은 진즉에 0퍼센트 대에 머물러 있고 국민연금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국가 파산 위기 이후 세금과 공공요금은 날로 치솟고 있다. 국토의 절반, 사람이 살지 않는 지방 도시들은 방치된 채 황폐화된다. 2400년, 한때 대한민국 제2의 도시였던 부산에서는 탈출행렬이 일어난다. 이들은 도시 기능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경기권으로 이주한다. 2413년, 텅 빈 도시에 마지막 아기 울음소리만 들린다. 부산 성장을 상징했던 영도다리는 흉물로 변한다. 2505년, 천만 인구를 자랑했던 수도 서울에 마지막 시민이 태어난다. 그리고 2750년,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된다.


 <명견만리>-인구,경제,북한,의료 편 책표지.
<명견만리>-인구,경제,북한,의료 편 책표지.인플루엔셜
<명견만리>(인필루엔셀 펴냄)는 같은 제목의 KBS 교양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엮은,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제1부 인구 편, '인구쇼크의 시나리오-과연 사람이 줄어드는 게 문제일까'는 이와 같은 충격적인 가상시나리오로 시작한다.


가상 시나리오라지만 충격적이다. 방송을 보지 않았거나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성 없는 공상 같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주장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다음 세대만이 겪을 일 정도로 들리기도 할 것 같다.

외면할 수만 있다면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이 시나리오는 얼마 전 우리 사회 주요 기관들이 2013년 출산율을 반영해 예측한 대한민국의 미래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계의 유수 기관들 또한 대한민국의 '인구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9년 유엔미래포럼에서 발간한 <유엔미래보고서 2>는 심각한 저 출산으로 2305년이 되면 대한민국에는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 연구소도 2006년,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급격한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 224개국 중 하위 20개국 안에 들 정도로 심각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하면, 저출산·고령화가 지금 추세로 이어지면 2033년 국가재정 파산 위기가 오고, 206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8퍼센트로 떨어진다. 이 변화는 청년세대가 줄어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를 짊어질 15~29세 청년인구 65만여 명이 줄었다. 이는 서울의 종로구·중구·서대문구가 통째로 없어진 것과 맞먹는 수치다. 이제까지 이토록 급속하게 청년인구가 줄어든 역사적 시기가 없었다. 우리 회에서 청년이 사라지고 있다.


씁쓸하게도 이미 시작된 우리의 상황이다. 여러 매체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자치의 소멸을 염려하는 내용의 뉴스를 지속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빠르게 말이다.


 인구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가 많다고 한다.
인구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가 많다고 한다. 포털사이트 캡쳐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문제해결을 위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나라들을 취재, 사례를 들려줌으로써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게 한다는 것이다.

책은 인구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쳐 인구절벽(태어나는 아이는 적은데 고령화는 급격히 진행되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상 - 기자말)에 처한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이제라도 일본의 실패한 인구정책을 반면교사 삼아 인구정책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은 이미 인구쇼크의 조짐이 보인 1990년대에 미래세대에 투자해야 할 필요성을 논의했다. 그런데도 재정 부족을 이유로 투표율이 낮은 젊은 층의 문제는 외면했다. 대신 투표율이 높은 고령자 우선 정책을 펴다 인구절벽 현상이 생기고 20년 넘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고 것이다.

책을 통해 접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은 우리처럼 어둡다. 경기침체로 불안한 일자리와 부양 부담은 소수가 된 청년들을 점점 더 취약계층으로 내몰고, 도심의 인구까지 감소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일본은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인구 1억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목표로 ▲추가 야근을 시키는 회사는 예외 없이 처벌.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우리보다 연 400시간 적다) 아이 키우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게 하고, 가사 분담을 원활하게 유도 ▲비정규직의 연봉을 정규직 수준에 맞춘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돈이 없어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것을 막는다'와 같은 정책을 추진 중이거나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본도 한때는 우리처럼 저출산 현상을 단순한 지원정책 문제로 생각해 보조금 위주의 관련 정책을 폈고 결국 인구절벽 사태까지 갔다. 그러나 '사회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인식해, 어떤 마찰이나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이런 의지에 관련 단체나 기업들도 양보하고 있는 추세란다.

그런데 우리는 '2017년 난임 시술비 지원을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겠다, 출산 전후 휴가 지원액을 1인당 최대 135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증액, 유연 근무제나 재택 근무제 도입기업에는 1인당 월 40만 원을 지원한다'와 같은 근시안적 정책만 쏟아낼 뿐이다.

2010년 한국은행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실업률이 1퍼센트 오르면 결혼은 최대 1040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임시직 비율이 1퍼센트 오르면 결혼은 330건 줄어든다고 한다. 청년 고용과 인구문제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다. 인구감소 문제의 열쇠를 쥔 청년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청년문제를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청년정책은 윗세대의 막연한 짐작과 그들 세대의 경험에 근거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현재 아이를 기르는 젊은 부모들이 편하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의 고생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출산 장려 구호를 외쳐댄다 해도 빈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인구정책은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아직 기회가 있을 때 미래세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 인구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인 낮은 출산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세 자녀 장려 정책을 비롯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구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인 저출산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인만큼 그 어떤 문제도 이보다 우선하거나 중요할 수 없다. 책은 저출산 문제에 이어 '청년 투자, 전 세계가 기댈 유일한 자원'이란 제목으로 저출산과 밀접한 청년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며 현실적인 투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이 책을 힌트 삼아 보다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주길 기대해 본다. 

책은 저출산 문제 외에 은퇴 폭탄, 일자리 실종, 의료현실과 치매 쓰나미, 북한 신인류 등, 그동안 수없이 논의되었으며 나름의 해결 정책들을 추진했음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절박하게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룬다. 그래서 사회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높을 책이다.
덧붙이는 글 <명견만리>-인구,경제,북한,의료 편 (KBS <명견만리> 제작팀 엮음 ㅣ인플루엔셜 ㅣ 2016-06-07ㅣ15800원.

명견만리 : 새로운 사회 편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인플루엔셜(주), 2017


#저출산 #인구정책 #인구절벽 #고령화 #장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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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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