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일기 표지돌싱일기, 도서출판 유심, 김세라 저, 12000원
송상호
이 책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힌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것은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이야기들이기 때문이란 걸, 다 읽고 나서 알았다.
다만 저자의 필력 때문인지, 길지 않은 각각의 꼭지 때문인지 아니면 내용의 소소함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아무튼 쉽게 읽힌다. 마치 각 꼭지가 아주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적 느낌'이다. 나 또한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으니까.
책 초반에 나오는 '돌싱녀에게 집적거리는(?) 남자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롭진 않다. 사실 40~50정도의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돌싱'이 꽤 많다. 혼자 사는 여자사람을 남자사람들이 호시탐탐 집적댄다는 이야기는, 나의 부모님 대에서도 늘 들어왔던 거다.
하지만 그녀들의 세세한 어려움은 저자가 제대로 알려주었다. 이 책에서 등장한 '술 취한 이웃남자'나 '부동산 남자'의 행동들이, 그녀들에겐 어마어마한 공포가 된다는 것도, 그녀가 들려줘서 알았다. 남자사람들에겐 단순한 '구애 행위'조차도, 그녀들에겐 얼마나 큰 압력인지도 말이다.
"자신의 아픔보다 자녀의 아픔이 더 아파"이것은 우리 사회가 가지는 '돌싱녀'들에 대한 시각이 크게 차지 한다. 저자가 밝히는 '이혼녀주제에'란 글은 이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이혼남 주제에'란 말을 들어본 바가 없는 나로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혼녀는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는 순간 구설수에 오르거나 가십거리로 전락하기십상이다"란 그녀의 고백이 참 아프다.
하지만, 정작 그녀들의 심각한 고충은 따로 있었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보다 더 뼈아픈 고민은 '그녀들의 자녀'였다. 그녀들이 겪는 아픔쯤이야(?) 자신의 선택의 대가라고 넘어간다지만(?), 그녀들의 자녀는 달랐다.
그녀들에게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연민의 감정'보다 훨씬 더 '자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차지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잘 몰랐다. "같은 '돌싱'이라고 해도 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활은 천양지차다"란 그녀의 고백을 귓등으로 들었다.
더군다나 그녀들의 자녀들이 받는 사회적 대접은 어떠한가. 이 책에서 밝혔듯이 '결손가정이란 사전적 정의'는 나를 놀라게 했다.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죽거나 이혼하거나 따로 살아서 미성년인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정'이란다.
부모가 다 있어도, 자녀가 방치되거나 억압받아서, 소위 '결여된 아이'들을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단지 출신성분(?)이 '이혼가정'이란 이유로 '결손가정'이라 치부된다면, 그녀들과 그녀들의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게 아닐까.
이혼 가정이라는 이유로, 자녀가 군대에서조차 '관심병사'로 분류되었다는 내용을 보고는, 우리 사회가 사회가 갈 길이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은 둘째 치고, 아예 그녀와 그녀의 자녀들을 몰아붙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행복해도 될까요"라 묻는 그녀들에게 우리 사회가 대답해야그럼에도 이 책에서 희망을 발견한 건, 저자의 담담한 고백 때문이다. 힘든 결혼생활에서 "이혼이 선택 가능한 카드 중의 하나"라는 것. 그건 말 그대로 '부끄럽거나 잘못되거나 결여된'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이라는 거다. 이혼을 목표로 결혼하는 커플은 없겠지만, 엄연히 우리 곁에 온 일상적 현실이다.
서양영화를 보며 항상 부러웠던(?) 것은, 이혼한 부부와 자녀들의 자연스러운 교류 장면이었다.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일본에선 지인을 모아 놓고 '이혼식'을 한다. 우리 사회도 다른 여느 문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그걸 따라갈 게 분명하다.
그녀가 이 책을 쓴 동기, 즉 "불행한 결혼생활을 종결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는 바람이, 이제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닌' 그녀들만의 속병이 되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나 이제는 좀 행복해져도 되지 않을까"란 그녀의 마지막 물음에, "네. 그러십시오. 당신은 충분히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우리 사회가 대답할 차례다.
돌싱일기 - 그녀 이야기
김세라 지음,
유심(USI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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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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